‘남의 편’이라는 오명 벗기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은 언제나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셨잖아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보살핌을 주면서 말이죠. 부모로서 자식을 돌보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은 단순한 돌봄이나 관심 이상입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는 것도 많지요. 언제까지나 돌보고자 하는 마음, 인정합니다.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렇게 지낼 수는 없습니다. 시기만 다를 뿐 누구든 홀로 세상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부 부모님들은 그 마음과 행동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혼 이후에도 자녀를 아이 대하듯 합니다. 결혼하여 살고 있는 자녀의 집에 불쑥 찾아갑니다. 부모가 아들 부부의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지요. 냉장고를 열어 정리합니다. 집안일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둡니다. 사위가 혹은 며느리가 있는 곳에서요! 사실 이것은 자녀가 혼자 살 때조차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뺏는 거잖아요. 물론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녀를 위하는 행동일까요?
물론 일부는 자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늘 해 오던 일을 막는 것은 어색하겠지요. 부모님께 반기를 드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변화는 필요합니다. 내 삶은 내 것이 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 손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부모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내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나와 평생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 말보다 자신의 부모님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아요. 시부모님께 전화가 왔는데 집에 오고 계시답니다. 약속도 없이요. 거절하지 못해 우리의 일정이 깨지는 건 일상입니다. 남편은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말도 못 꺼내게 합니다. 부모님인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좀 참으래요. 이때쯤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내가 누구와 결혼한 거지?'
이제부터 조금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때로는 과감히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는 다른 모든 것에서의 조정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평화적으로요. 필요하다면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려 보세요. 자식에 대한 의무감을 버리고 가볍고 자유롭게 사시라고요. 지금껏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그러셔도 된다고 말이지요.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겠지만, 우리의 상황에 빗대어 본다면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