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라는 걸 들어 본 적 있나요? 대충 인터넷의 이전 버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비해 정보의 양은 매우 적었지만요.
여러분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유선 전화선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접속했습니다.(그때는 집집마다 유선 전화가 있었습니다.) 연결될 때까지 신호음이 울렸는데, 그 소리가 아주 컸습니다. 보통은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에 연결을 시도했으니 긴장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연결된 후에는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선을 훔친 듯한 기분이 들어 더욱 떨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결이 되는 순간의 희열은 잊기 힘든 감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2000년을 몇 해 안 남긴 해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실제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내게 혹은 우리에게는 갑자기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던 것이었으니까요.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PC방이 생긴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내가 살던 그 작은 도시에도 여기저기 퍼져나갔지요.
온라인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게임을 겨루는 선수라는 게 매우 생소했지만 아이들은 금방 적응했습니다.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 프로게이머가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게임만 하는 직업이라니요. 그로 인해 갈등을 겪었던 가정이 한두 군데는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어요.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갈등은 늘 있는 일이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모두 그 상황에 적응해 자연스레 해결되곤 합니다. 대신 의견을 가르는 또 다른 무언가가 생기겠지요.
세상은 변해 갔습니다. 게임과 가깝지 않던 나였음에도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쯤은 알 수 있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 갑론을박하던 시기도 있었거든요. 게임을 통해 폭력을 흥미 있게 바라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일부 있었을지라도 일반화시키기에는 근거가 너무 부족해 보이기는 했지만요.
여전히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특히 십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당당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안 하나요? 아니죠. ‘혼나지 않으려고’ 몰래 게임합니다.
나는 이십대가 되어서야 온라인 게임을 해 보았습니다. 일고여덟 명 되는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즐겼습니다. 한 자리에 몰려 앉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게임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실력이 있든 없든, 우리가 게임에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요. 지금은 모바일 게임을 하곤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게임도 여가 생활의 하나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취미가 게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수는 점점 줄어들 테지요.
하지만 게임도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쇼핑이나 십자수를 하듯이, 등산이나 여행을 하듯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듯이 말이죠.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그것을 수준 낮게 바라보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땀을 흘리거나 쇼핑을 하면서 얻는 위안을 게임에서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계하기 마련이니까 이해는 합니다. 변화는 두려운 존재이니까요.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게임 자체가 나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담느냐에 따라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게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 전체를 나쁘다고 하기에는 논리가 부족합니다. 분명히 이점도 있거든요. 게임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순발력을 요구합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난이도 있는 활동이기도 해요. 즐거움을 주는 놀이로도 손색이 없지요. 사람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진짜 문제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이지요. ‘게임만’ 하는 건 문제입니다. 무언가 해야 하는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게 문제예요. 여러분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밤에는 잠을 자야 하고 아침에는 씻고 밥을 먹어야 해요.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놀아야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간혹 조용히 머리를 비우거나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게는 각자 할 일이 있다는 겁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너는 게임만 하니?”라고 한다면 이런 뜻일 가능성이 큽니다. ‘너는 해야 할 다른 일들은 제쳐 두고 게임만 하는구나!’
그게 진짜 문제입니다. 게임을 하느라고 지금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미루거나, 하지 않는 거예요. 어른들이 정말로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그것만 할까 봐 그래요.
게임만이 아닙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만 할 수는 없어요. 공부만 하는 친구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물론 당장은 기뻐하실 어른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공부가 너무 좋아서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자주 잊습니다. 가족들과 대화도 안 합니다.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게임도 운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공부만 하는 겁니다. 그것이 권장할 만한 일일까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을 꾸짖을 적당한 이유를 생각해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반드시 해야 할 다른 일들을 등한시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입니다. 게임 자체가 미운 것이 아닙니다. 게임으로 인해 꼭 필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는 겁니다.
당당해 지세요.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면 됩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휴식을, 진정한 즐거움을 맛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