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지내.”
나는 어릴 때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키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곤 했습니다. 싸우는 건 싫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싸움은 종종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 강도가 점점 세집니다. 그때부터는 누가 옳고 누가 틀린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합니다. 불현듯 내가 틀렸음을 깨닫게 되더라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싸우는 중에 상대가 나에게 한 행동이 기분 나쁘잖아요.
싸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좋아요. 싸우는 건 힘들잖아요. 어떤 이유에서건 싸우고 나면 이기든 지든 기분도 되게 별로예요. 싸움의 상대가 주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이거나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힘들 테고요.
그래서 많은 어른이 여러분에게 싸우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여러분도 알고 있을 거예요. 싸움은 안 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어른들의 말을 듣다 보면 마치 어른들은 싸우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해요. 문제가 있어도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것처럼요. 알고 있다시피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나는 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어른들의 싸움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싸움과 비슷하면서도 더 격렬했습니다. 이후에는 싸우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분들이 주먹다짐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어요. 사오십대 정도로 보였는데, 보는 내가 다 민망했습니다. 그분들도 자녀들에게는 싸우지 말라고 가르치겠죠?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싸우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어른들은 누군가와 싸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언할 만한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싶어요. 여러분이 그렇게 묻는다면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굳이 변명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여러분에게 “싸우지 말라”고 말하려던 참이거든요.)
“어른인 나도 종종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만은 그 안 좋은 것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마음만은 진심입니다. 그러니 가능한 싸우지 마세요.
사실 ‘싸움’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싸우다’는 ‘말, 힘, 무기 따위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이긴다는 건 우위를 차지한다는 뜻이고요. 어쩌면 우리는 종종 싸우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싸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의에 맞서거나 나의 옳음을 증명하다 보면 싸움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물론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조율이 된다면 괜찮겠지요. 하지만 조율은커녕 상대가 내 이야기조차 들어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큰 소리를 내고 싸움을 걸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는 나와 또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존중하지 않아서 싸워요. 나와 가까운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 싸웁니다. 때로는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싸우지요. 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여러분도 싸우게 될 겁니다. 반드시 그런 일이 생길 거예요.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사람들은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고자 하는 방향도, 그곳으로 가기 위한 방법도 다릅니다. 문제를 보는 관점도, 가치관도 다르지요.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우리는, 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부딪치는 거예요. 상대방도 내심 같은 생각이거든요. 관계없는 사람에게야 “네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여러분도 곧 알게 될 거예요. 같이 가려면 결국에는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좋든 싫든 말이죠. ‘내 의견을 따르면 좋겠는데….’ 싶을 거예요. 물론 상대방도요. 다툼이 일어나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나는 싸움을 피하는 법 이전에 싸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건 역시 주먹다짐이지요. 하지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시작은 쉽지만 끝은 절대 쉽지 않거든요.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 누구 하나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비슷하게 치고받되 치명타는 피해서 싸워야만 비교적 조용히 멈출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대화로 다투는 겁니다. 하지만 말을 한다고 대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태도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대를 비꼬고 비방함으로써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나의 의견을 주장할 수도 있지요. 그 여럿 중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늘 수많은 싸움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나 달라요. 전쟁, 시위, 투표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어떤 방법으로 펼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싸움’이란 그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 늘 고민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축구 경기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니, 경기가 끝난 후의 모습이었네요. 선수들이 상대 팀 선수들과 포옹을 하고 등을 두드립니다. 온화한 표정으로요. 몇 분 전만 해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을 장면입니다. 잡아먹을 듯한 몸싸움과 험한 말들은 거짓이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앙금이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 후의 그것은 팬들을 위한 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나는 그 장면이 세상을 축소해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늘 경쟁합니다. 꼭 이기고 싶어요. 절대 질 수 없습니다. 앞서가는 상대를 보고 전의를 불사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상대가 적은 아닙니다. 이번 경기의 경쟁상대일 뿐이에요. 누구나 이기고 싶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나의 의견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각자의 마음과 선택에 충실할 뿐입니다. 우리가 서로 싸우고 있다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내 의견, 내 가치관이 선택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잖아요. 그러니 상대의 입장을 존중해 주세요. 인신공격은 말고 상대의 의견에 대해서만 말하세요.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얻어 낸 승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피하는 법이 아니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