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참 이상합니다. 뭘 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며 말립니다. 특히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더욱 심해요. 이건 위험하니까, 그건 돈을 못 벌어서, 저건 사람들에게 무시당해서 안 된다고 합니다. 분명 긍정의 표현도 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건 “안 돼!”뿐입니다. 왜들 그러실까요?
오래 전 나의 어린 조카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엄마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엄마, 되면?” 엄마의 말문을 막히게 한 그 한마디는 내 마음속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이유를 가지고 안 된다고 하는 걸까?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른이 되어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그 단답형의 부정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이유도 알려 주지 않은 채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너무 싫었거든요.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면 경청하고 공감해야지, 답해 줄 수 없다면 함께 찾아봐야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언어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야지 하고요. 물론, 다짐한 대로 모두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줄어들었지요. 질문이 두려워 피하는 일도 점점 줄었고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낍니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볼 때 혹은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맞닥뜨릴 때는 나도 모르게 “안 돼!” “아니야!” 소리치곤 하거든요. 아무래도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듯합니다.
어른들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단순히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고 행동입니다. 진심이에요. 그대로 두면 몸이든 마음이든 다칠 것이 뻔해 보이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 그 길로 가게 되면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판단되는데 잘해 보라는 말만 할 수는 없잖아요. 여러분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자체에도 오류는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말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통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들에 특히 크게 반응합니다. 어른들이 알고 있는 그것이 그 윗세대로부터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낄지도 몰라요. 검증의 단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긴 시간 동안 지켜져 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했다고 여기는 겁니다. 머리가 아닌 몸이 그걸 받아들인 것이죠. 일부는 옳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하며 습관처럼 지켜 온 그것의 이유는 점점 희미해집니다. 실제로 지금의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지요. 그런데도 ‘왜’라는 질문은 빠지게 됩니다. 지금껏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끔 받게 되는 “왜”라는 질문에 이런 궁색한 답변을 하게 되는 겁니다. “원래 그랬어.” 어떤가요? 나라면 다시는 질문하지 않을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내가 성공했다고 혹은, 같은 과정을 겪었던 지인이 크게 실패했다고 여러분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거든요. 시대가 다릅니다. 각자의 상황도 미묘하게나마 다릅니다. 그 상황에 놓인 당사자의 능력과 마음가짐도 다르지요. 그다음의 일을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떤 어른들은 알고 있습니다.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겁니다. 여러분보다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으니 자신의 판단에 조금 더 힘을 싣는 것이죠.
물론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도 여럿 보았지요. 이겨낸다 해도 그 과정은 너무나 고된 일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안 된다고,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겁니다. 경험상 실패의 확률이 더 높아 보이니까요. 여러분이 실패를 겪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성공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 보이는 곳에 있기를 원하는 겁니다. 가능한 넘어지는 일 없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것 하나는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그 길을 걸었던 누구보다도 잘할 사람이 여러분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과 유연한 생각들이 무기가 되어서 과거에는 어렵던 일을 아주 쉽게 할 수도 있고,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고요. 그 의지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반드시 어른들의 말을 새겨들으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겠죠. 하지만 그것을 실패라고 이름 지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응축된 지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거든요. 여유가 된다면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을 따를지 여부와는 상관없이요.
어른들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나였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 삶의 굵직한 주제 앞에 섰을 때 곧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어른들은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는 종종 누구나 겪었을 만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누군가는 분명 넘어섰을 이 언덕이 나에게는 너무 가파르고 험하게만 보여서 한 발 내딛기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때가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열고 인생의 선배인 어른들의 말을 들어 보세요. 해결책, 해결의 실마리, 마음의 위안, 무엇이든 얻게 될 겁니다. 그것들을 모아 여러분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여러분의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