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계속해서 자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다 커서 어른과 별로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세상과 마주한 시간이 비교적 짧습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 사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더 자랄 여지가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에는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아직은 어른들보다 덜 노출됐다는 겁니다. 좋고 나쁨이 아닙니다. 시기적으로 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그것은 무언가에 대한 제약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른들에 비해 맑고 깨끗한 여러분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때 묻지 않게 해 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겪을 일이더라도 그 시기가 더 늦춰지길 바랍니다. 거칠고 적나라한 세상에 내보내는 게 마음에 걸리거든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하는 선택일지라도 많은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시기여서 그렇습니다. 비록 그 기준과 방식이 모두에게 옳은 결과를 안겨주는 게 아니어서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요.
나는 다 컸다고, 내 행동에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법적으로 성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더 성숙한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나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내 어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려 깊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어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아는 것도 많고 주장도 뚜렷합니다. 그러니 여가 활동이든 경제 활동이든, 때로는 성인용 표시가 붙은 제품과 서비스에서도 매우 부당함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나 역시 청소년 시절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어른들은 다 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기준이 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지키지 않으면 왠지 불편해지는 그런 것들이지요. 당연히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준으로 행동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여러 곳에서 충돌이 일어날 겁니다. 다툼이 일상일 거예요. 그리고 사회는 유지되지 않을 겁니다. 국가, 직장, 학교, 심지어 친목을 도모하는 동호회에서도 규칙을 세우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늘 예절과 규범, 법을 만들어 지키기를 권유하거나 강제하게 됩니다.
미성년자에게는 사회가 세운 규칙에 따라 많은 것들이 금지됩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여러분처럼 어린 친구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정신을 흐리게 하거나 몸을 약하게 하는 따위의 것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따르는 대가가 여러분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고 여기는 거예요.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오기 전까지는 어른들이 대신 선택하려고 하는 겁니다. 물론 ‘건강한 사회’의 기준과 ‘책임질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대해서는 늘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요.
어른들은 모두 누리면서 나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언짢을 수 있습니다. 왠지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비교적 많은 사람의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 규칙이기는 하지만, 모두에게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 제약이 여러분의 선택도 아니고요. 게다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상황도 달라질 테니 문제는 늘 발생하지요.
그렇다고 규칙을 아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대신 상황에 맞게 혹은 시대의 요구에 맞춰 수정할 필요는 있겠지요. 실제로 누군가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여러분에게는 금지된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나는 하지 못하는 것, 내게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어른들이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잘 모를 겁니다. 사실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아요. 어른들이 했을 때 ‘이상하게 보일’ 혹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을 떠올려 보세요.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어른들도 그 많은 것들을 못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어도 못 해요. 어떤 건 금지된 것도 아닌데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어요.
우리는 약속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말했듯이 그것들이 모두 기분 좋거나 옳을 수는 없습니다. 어른들도 알아요. 그래서 더 좋은 방향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별로 없으니까 늘 변화를 꾀해야 함을 알고 있어요. 점점 나아질 겁니다. 조금은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