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꼭 해야 하나요?

by 한수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학교에 가라고 했으니 다녔던 거지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고 또 고등학교에 가는 게 나이를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어른들의 입장에서 시간을 갖고 그 이유를 설명해 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아쉽습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알았다면, 적어도 알고자 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간단한 설명을 듣기는 했습니다. 공부에 대해 말하는 어른들은 이 말을 빼먹지 않았어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그렇다고 거부감이 컸던 건 아닙니다. 왜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또 흥미가 없었을 뿐입니다. 너도나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니 ‘열심히 해야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높이 평가하는 것에 그다지 반감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성적 순으로 반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요. 그때 당시 ‘학생의 본분’은 공부였으니까요.


잘되기를 바란다는 어른들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앞으로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그걸 배우는 건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존감을 지켜 가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공부하라는 거였지요.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공부를 하면 아는 게 많아집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지요. 무언가를 더 잘할 가능성도 커지겠지요.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은 보통 몸이나 마음이 편하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일수록 당연히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을 다 채용할 수 없으니 일단 줄을 세워 봅니다. 줄이 아주 길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누가 더 적합한지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살펴보고 싶을 거예요. 이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가치관은 무엇인지, 장단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괜찮을지 또한 알아보고 싶어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있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충분히 살펴볼 만큼의 여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스펙’을 봅니다. 학교의 성적은 어땠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영어를 잘하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는지를 봅니다. 잔인해 보이지만 보통은 서류심사에서 한차례 걸러냅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공정한지, 그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더 유리할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돈도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복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부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돈이 필요해 보이는데, 돈을 잘 벌려면 공부를 잘하는 게 ‘유리해’ 보이니까요.


물론 공부가 돈 벌 가능성만 키우는 건 아닙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게 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 것들도 삶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여러분에게는 지금이 더 중요합니다. 공부의 결과는 너무 멀어요. 미래를 생각해 봤지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 상관이 없습니다.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지금 재미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또 하나는, 미래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공부만 잘하면 미래가 보장되냐고 물었을 때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열심히 한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리라는 보장도, 지금의 공부가 반드시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유도 목적의식도 없는 상태에서는 모든 게 재미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노력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고 보니 그때 열심히 공부한 나의 친구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네요.


언젠가 ‘공부를 열심히 할 걸’ 아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무언가를 얻을 기회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대학에 갈 때도, 직장에 들어갈 때도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걸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업을 도모할 때 출신학교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더라고요. 물론 이 모든 상황이 옳게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것만이 괜찮은 길이라고 생각지도 않을 뿐더러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사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습니다. 세상 모든 게 공부가 아닐까 해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공부이지요. 여러분이라면 학교의 공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겠고요. 그래서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나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내가 바라는 다른 길을 찾기 위해 어른들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답니다.


공부와 관련하여 정말 후회된 때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았습니다. 관련하여 책이나 영상을 봐도 이해가 너무 느렸고요. 공부 근육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래서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말했다시피 공부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지 못하고 좌절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의 결과가 모든 것을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성적이 옳은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이 그릇된 것도 아니지요.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된 기준을 가진 어른들을 닮지 마세요. 더 중요한 건 열과 성을 다하는 여러분의 자세입니다. 여러분의 몸에 담길 그 태도가 다가올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정하면 좋겠습니다. 기자, 엔지니어, 웹툰 작가 등의 직업일 수 있습니다. ‘외국어로 3분 이상 대화하기’, ‘홈페이지 만들기’처럼 비교적 단기 목표일 수도, ‘누군가를 돕는’ ‘화성을 탐사하는’ ‘세계 최고의’처럼 조금은 추상적인 목표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하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세요. 그중 하나가 공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같은 공부라도 이렇게 시작한다면 마음가짐도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목표가 생기면 열심히 하게 되어 있거든요. 강요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공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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