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있던 사실을 말하는 것도 싫었어요. 관심받는 게 어색해서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것 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쓸데없는 간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습니다. 돌이켜 보니 예민한 내 성격으로 인한 거부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과 간섭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솔직히 두 가지를 구분 지어서 행동할 자신은 없습니다. 십대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는데 상대도 안 해 준 게 여러 번이라서, 어쩌면 그 기준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나 어릴 때를 떠올려 봅니다. 내가 여러분과 같은 나이였을 때 짜증 부리던 것을 두고 어른들도 같은 상처를 입고 같은 고민을 하셨겠지요.
진심이 닿기는 어렵습니다. 의도치 않은 의미로 전해지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내 속마음이 상대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 거예요. 어른들의 진심이 여러분에게 고스란히 닿기 어렵고, 또 여러분의 진짜 바람이 어른들에게 전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친했던 친구 사이도 한두 가지의 오해 때문에 멀어집니다. 오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이 흔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여러분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어렵지만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만두어서도 안 되고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관심받는 게 싫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요. 아마도 지금은 많은 부분이 간섭처럼 느껴질 겁니다. 더하여 ‘어른들은 뭘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말을 흘려듣게 됩니다. 쓸데없는 것이니까요. “신경 쓰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마시라.” 할지도 모르겠네요. 돌아선 후에는 마음이 불편하겠지만요.
하지만 관심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물론 부끄럽거나 부담스러울 수는 있습니다. 너무 치켜세우거나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게 힘들 수는 있겠지요. 대신 적당한 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칭찬하든 조언하든 나를 알고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관심도 받지 않는다는 건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누구도 믿지 못할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신뢰하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요. 어떤 말을 들어도 짜증이 납니다.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보면서도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며 빈정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말입니다.
언젠가 한 친구 옆으로 가서 섰습니다. 그날도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막 이름을 부르려는 찰나,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요!” 화가 나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겸연쩍게 웃고 말았습니다. 아주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속에 편견이 있다고 합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 말입니다. 경험해 보지도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혹은 일부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똑같이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런 눈을 가지고 있으면 보거나 듣는 즉시 결론을 냅니다. 어른들을 대할 때 여러분의 마음이 동요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편견이 크게 힘을 발휘하기도 할 겁니다. 나 역시 모든 어른은 본인 얘기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귀찮게만 여기고 타박만 한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근거 없이 내린 판단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편견을 가지는 자신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이 다 그렇거든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애들은 말도 안 듣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모든 십대를 겪어 본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조금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나도 그래요.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목소리만 듣고 호불호를 결정해요. 외모만 보고 성격을 파악하려 듭니다. 한 가지 행동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데 아주 선수입니다. 정말 벗어나고 싶은 모습이에요. 그 마음을 늘 기억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근거 없는 편견도 조금씩 사라지리라 기대하면서요.
말했다시피 관심일지 간섭일지는 당사자의 마음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마음 역시 나름의 과정을 거친 결과일 테니 아주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아주 잠시라도 그 출처를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근거 없는 편견으로 마음을 닫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보는 거지요. 그 정도면 됩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그랬던 거구나~” 말하게 될 날이요. 그렇게 마음이 열리면, 그때는 어른들이 주는 관심을 당당히 받으세요. 여러분은 관심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