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애써 숨긴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나서서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면 어쩌나’ 늘 조심했습니다. 그것이 나의 힘든 속을 내보이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지요. 물론 다른 사람이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자기 일이 아니니 적극적이지 않을 거라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니까, 내 삶의 주체는 나이니까 내가 해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입니다. 운 좋게 한두 번은 누군가가 나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 겁니다. 결국 그렇게 될 거라면 지금부터 헤쳐 나가든 포기하든 견디든 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외롭기도 했고요.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 혹은 벅찬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신기했습니다. 늘 ‘가능한 한 혼자 해 보자’ 다짐하던 나였는데 막상 도움을 청해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려 애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함께 고민해 주기 시작했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게 어색하다거나 창피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그동안 왜 그리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했을까 후회했습니다. 물론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문제의 해결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으며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힘이 되어 주었을 때도 기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나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감사의 표현을 받는다면 더욱 그렇지요. 고마움을 표현해 보세요. 그들의 미소와 살짝 올라간 어깨를 보게 될 거예요. 결국 도움을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득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어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합니다.
도와 달라고 하세요. 손을 들어 요청하세요. 꼭 해야 하는데 자기 능력 밖의 일이라면 주위를 살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해를 본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손을 잡지 않을 테니까요. 가만히 보면 세상은 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선생님도 필요하고 의사도 필요합니다. 집을 짓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쓰레기를 치워 줄 사람도 있어야 하지요. 그 외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그 모든 역할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돈을 주고받는 거래의 형태로 나타나지요. 크게 보면 같습니다. 모든 관계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무언가 주고받고 있으니까요.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은 필요합니다. 그럴 일이 아닌데 과하게 화를 내는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지기도 하지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맬 때도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괴로워할 때도 있겠네요. 물론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그냥 잊어버리기도 할 테지요. 때로는 스스로 깨달아 해결해 나갈 거예요. 하지만 그중 몇 가지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쉴 새 없이 나를 뒤흔듭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무엇보다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칩니다. 자신의 아픔을 모른 척해요. 보이지 않으니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너무나 고통스러운데 스스로 ‘그냥 잊어버려’라거나 ‘힘내’라는 한마디 말만 대수롭지 않은 듯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것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물론 내가 가진 모든 문제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도와 달라고 말하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그때만은 자신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힘에 부친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니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용기 있는 행동이지요.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창피함이 밀려왔습니다. 가족들이 또 친구들이 지금껏 나를 지켜 주었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그들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덜 아프게 쓰러지도록 받쳐 주었지요.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당겨 주었습니다. 이제껏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내 눈을 가렸던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그런 태도를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소중히 대해 줄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어려움을 얘기하세요. 물론 해결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러분도 도움이 필요한 이의 손을 잡아 줄 테고요. 함께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