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2 : 공간
"서유님, 테이블 배치 어떻게 할까요?"
"제가 볼게요, 기본 배치만 잡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직접 테이블 간격을 조정해가며 여러 의자에 앉아본다.
입구에서 들어오는 길, 케이터링으로 가는 길이 자연스러운지,
의자를 넣었다 뺐다 했을 때 여유 공간이 있는지,
가방을 둘 자리가 있는지, 테이블 위 공간은 넉넉한지,
스크린이나 진행자가 잘 보이는지 등등을 체크한다.
참여자 동선 확보는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다.
강의장이든, 워크숍이나 세미나 공간이든.
특히, 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눌 경우,
시간이 길거나 내용이 깊을수록
물리적인 공간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동선을 볼 때는 크게 두 가지를 기준 삼는다.
1. 그룹 안에서 답답하지 않을 것.
2. 전체적으로 흐름이 원활할 것.
퍼실리테이션 이론에서는 보통 테이블당 인원은 보통 6명 내외가 적당하다고 한다.
공동 작업이 필요할 경우 그렇다.
하지만 대화 중심의 자리인 경우, 나는 3~4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을 나누는 구조에서는
테이블당 인원이 진행 시간과 참여 템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강의를 나가면 가끔 이렇게 설명한다.
"참여자 스펙트럼의 끝단을 기준 삼으면,
당신은 사려 깊은 진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설계 기준을 내향인 중심으로 잡는다.
내향인에게는 5명도 많다.
그들은 복판보다 사이드를 선호하고,
말할 때나 움직일 때나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기준에 맞춰 공간과 대화 분위기를 설계하면,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이벤트 내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테이블 대화의 적정 인원은 4명 이내,
돌아가면서 말하기 위한 시간 배분도 알맞고,
적당한 다양성도 확보된다.
또, 짝지어서 대화하기도 좋고, 한두 명 빠져도 그룹을 유지할 수 있다.
테이블이 너무 작거나 낮으면 안 된다.
참여자의 몸과 몸 사이 물리적 거리도 필요하고,
테이블에 식음료든 워크숍 물품이든 자기 디바이스든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
(예쁜 공간은 아늑함을 위해 푹신한 소파와 매치된 낮은 테이블이 있을 때가 많다...
그룹 모임에는 매우 불편하다. 테이블이 낮으면 상체를 기댈 데가 없는데, 초면에 뒤로 완전 기대서 널부러진 몸으로 머물기도 힘들고, 계속 긴장 상태로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기도 쉽지 않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확보하고 싶은 '내 공간'이 있다.
의자 주변의 적당한 반경,
테이블 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영역',
밖으로 나가는 루트나 화장실로 통하는 동선 등이 막히지 않는 흐름 등.
인원이 몇이든, 공간 평수가 얼마든,
좁은 공간인데 가운데에 떡하니 기둥이 있는 걸 발견하면, 진행자는 아찔해진다.
- 넉넉한 좌석과 동선
- 층고 높고, 개방감 있는 공간 (공간 자체가 좁아도 넓어보이는 효과!)
- 아늑하거나 밝은 인테리어 무드
- 스크린, 스피커 등 장비 배치가 잘 된 곳
- 냄새나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곳
- 부드러운 음악이 자연스럽게 잘 깔리는 곳
- 참여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앉아야 하는
- 천장이 낮아 답답한
- 공간 무드가 너무 사무적이거나 딱딱한
- 특정 자리 인근에 스피커를 배치하는
- 기둥이나 장비 때문에 시야가 막히는
- 진행자와 참여자 간 아이컨택이 어려운
- 특정 위치에서 마이크가 안 되는
- 어디선가 화장실 냄새가 솔솔 나는...
공간이 좋으면, 사람이 모이고 대화도 잘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물론 가장 좋은 건 이벤트 공간을 미리 답사해보는 것이지만,
일의 특성상 행사 당일 현장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는 사전 조율 과정에서 집착하듯 조건들을 확인한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공간을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기피 조건만큼은 피하는 것이 낫다.
물론 공간 조건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아름다울 땐 어떻게든 대화는 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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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에 대한 설계 팁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
1) <나는 왜 이름표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1 : 이름표
2) <나는 왜 의자 간격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2 : 공간 (현재글)
3) <나는 왜 브금BGM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3 : 배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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