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목소리가 좋아지나요?
목소리는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요? 발성연습으로 좋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꼭 해보세요. 의외로 빨리 좋아집니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성대도 다 다르게 생겼습니다. 다시 말해 타고나길 잘생기게 타고난 성대가 있습니다. 배우 중엔 한석규 씨나 이병헌 씨가 대표적이죠. 우리가 배우처럼 생기지 않은 것처럼 그들의 목소리 역시 따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 성대가 가진 성능은 최대로 쓰면 좋겠죠? 성대가 낼 수 있는 최고로 좋은 소리를 내는 훈련이 발성훈련입니다.
복식호흡으로 배에서 소리를 낸다, 발성의 기본이고 하나뿐인 원칙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를 익히는게 어렵고 그래서 수많은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점은 배에서 소리를 낸다는 그 한 가지 지점인데, 그 느낌을 갖는 게 어렵다 보니, 각자 터득한 다양한 방법이 발성의 비법으로 세상에 떠돌고 있는 것이죠. 그럼 그 다양한 방법이 다 틀렸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더라도 목표에 잘 도착하면 되니까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그 장소에서 강남역을 가야한다라고 가정하면 어떻게 가시겠어요? 무엇을 타시겠어요? 다 다르겠죠? 바로 그겁니다. 강남역만 갈 수 있다면 무엇을 타든, 어떤 길로 가든 상관 없는 것처럼 복식호흡을 통한 바른 발성을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걸 깨닫는가는 상관 없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바른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우선 하품을 통해 느낌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하품을 해보세요.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내쉬면서 ‘하암’이라고 소리를 내겠죠? 그렇게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내뱉는 과정이 복식호흡입니다. 그리고 이 복식 호흡을 통해서 소리를 내는 게 바른 발성이고요.
비슷한 방법으로는 큰숨 들이쉬기가 있습니다. 허파에 공기를 가능한 많이 채운다는 느낌으로 숨을 들이마쉬세요. 그렇게 크게 숨을 들이쉰 후 입모양을 작게 만들고 가늘고 길게 숨을 내뱉습니다. 십 초 이상이 걸리도록, 최고로 길게 내뱉는다는 느낌을 가져보세요. 잘 하셨다면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쉽니다. 그리고 이번엔 숨을 내뱉다 말고 ‘우’라는 소리를 내보세요. 소리를 내뱉는 숨에 살짝 얹는 다는 느낌으로 해보세요. 잘 됩니까? 바로 이게 좋은 발성입니다.
이렇게 할 때 느낌이 안 온다면 소리를 내면서 배를 손가락이나 볼펜으로 찌르고 있는 방법도 많이 쓰입니다. 볼펜으로 배를 지그시 누른 상태에서 소리를 내면 내가 지금 배에 힘을 주고 있는지 안 주고 있는지가 느껴집니다. 피트니스에서 트레이너가 가슴 운동을 시킬 때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있죠? 그 자체만으로 힘을 쓸 때 가슴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성할 때도 똑같이 볼펜을 이용해 배에 신경을 집중시켜보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엎드려뻗쳐 상태에서 대본을 읽기도 합니다. 그 자세 역시 배에 힘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그 상태에서 소리를 내면서 배의 힘으로 소리를 내는 느낌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을 더 강하게 하려면 발을 의자 위에 올리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 다른 연습을 반복하는 와중에 복식호흡을 터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이한 방법이 하나 있었습니다. 2003년에 KBS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아나운서 전문화 교육을 받을 때의 일입니다. 아무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해도 복식호흡을 깨닫지 못하는 제게, 동갑이자 절친이 된 이광용 아나운서가 갑자기 자기의 등을 만져보라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등 중에서도 아래쪽, 허리 바로 윗 부분 정도 됩니다. 자기가 숨을 들이마쉴 때, 또 말할 때, 그 부분이 어떻게 부풀어 오르고 꺼져가는지를 느껴보라는겁니다. 그래서 그 친구의 등을 손으로 만졌고, 숨을 들이쉬고 내쉼에 따라 등의 모양이 바뀌는걸 느꼈습니다. 그순간, 몸통으로 소리를 내는게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위에 나열한 방법만이 가능한건 아닙니다. 이 외에도 수십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방법들 가운데 어떤 것이 여러분을 바른 발성의 길로 인도해 줄지 모릅니다. 느낌을 갖기 힘들다면 여러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시고 여러분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바른 발성으로 소리를 내야하는 이유는 듣기 좋은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소리를 내면 목이 상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바른 발성법이 몸에 익숙해지면 옳지 않은 방법으로 소리를 내는게 힘들 만큼 바른 발성 자체가 자연스러워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바른 발성을 내도록, 옳은 방법으로 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바르지 않은 소리를 내는걸 경계해야 합니다.
개인 차가 있습니다만 저는 목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무리하게 사용해도 어느정도까지는 목이 다치지 않고 잘 버텨줍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코맹맹이 소리가 나거나 목이 잠기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따뜻한 물을 꼭 마셔야 한다든지 하는 규칙도 필요 없고요. 그런 저도 발성을 바르지 않게 하면 목이 상하더라고요.
저는 야구를 아주 좋아합니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데, 그 팀의 경기 결과에 너무 민감한 나머지 저의 야구팀이 저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고, 가장 큰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기를 가서 보는 일도 많았고 몇 년간은 시즌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팀을 좋아하고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습니다. 경기가 격해지면 목소리가 더 커지고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서 좋긴 하지만, 목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전 목이 상할때까지 소리 질러 응원했고, 그 다음날 눈을 떴을 때는 소리가 아예 안나오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생활을 한 지 4-5년 정도 되었을 때고, 바른 발성이 상당히 몸에 익숙해진 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좋은 발성으로 소리를 내면 목소리도 잘 안쉽니다만, 야구장의 열기에 취해서 좋은 발성이 아닌 목을 쥐어짜서 큰 소리를 낸게 원인이었죠. 녹화가 있는 날이었고, 그 녹화는 하루에 2회를 녹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2주 연속 말 없는 출연자가 되었죠. 예능프로그램에서 5명의 엠씨 중의 한 명이 아예 말을 안하고 있었으니 크게 잘못된 일이었고, 담당 피디에게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욕은 안하셨지만, 욕을 들은 것 같은, 들어도 싼 그런 하루였죠. 이렇게 좋은 발성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면 발성 훈련을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목이 상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내 목을 아끼기 위해서도, 발성훈련을 통한 좋은 목소리를 갖는건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