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작은 해변가에서 다짐한 것
물을 무서워합니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가 바다지만, 물은 무섭습니다. 어렸을 때, 친동생이 아버지와 함께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다 발을 헛디뎌 깊은 바다에 빠진 걸 본 이후로 물이 두렵습니다. 물론 동생은 할아버지가 겨우 구해냈지만요.
아무튼 파도가 일고 깊은 물이 두려운 겁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러한 거죠.
사랑과 우정처럼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목 정도의 얕은 관계라면 잠시 발을 담그고 쉽게 뺄 수 있죠. 허리 만큼은, 어깨는, 입술까지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을 먹을 수도, 눈과 귀에 물이 들어갈 수도, 물에 떠내려갈 수도 있는 험한 것이 깊은 어떤 곳이겠지요.
그래도 그곳에서 나름 조화롭게, 아름답게,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영을 배울 겁니다.
내내 있는, 밀려오는 인연 속에서 잘 사는 법도 배울 겁니다.
알 수 없는 깊은 삶 속에서 길을 찾는 법도 배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