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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Aug 13. 2018

여름밤

과거로의 여행

첫사랑과 헤어지고 술에 잔뜩 취해 아파트 주차장 기둥에 앉아 울었던 밤이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친구를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는데 나를 보곤 왜 그러냐며 놀란 눈으로 나에게 자꾸 물었다. 나는 내버려두라고 됐다고 울었는데, 엄마는 못살겠다며 집으로 들어가고 아빠는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왜, 왜, 하며 물었다.


헤어져서 힘든데 이걸 감당할 수가 없다고, 아빠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이런 거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알지 않냐고 울면서 물었다.


아빠는 그런 거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지만 아빠처럼 늙어서도 기억되는 사람이나 사건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고. 너무 애쓰지 말고, 울라고 내 어깨와 등을 툭툭 쳤다.


처음으로 아빠 앞에서 남자 때문에 그렇게 엉엉 울었던 그 여름밤.


아빠 말이 맞았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괜찮게 살아가도 세월에 담아가는 사람과 사건 하나는 계속 나와 함께 산다. 올 여름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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