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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May 04. 2020

혼자 마시는 그 술의 씁쓸함

혼술의 시작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스물부터였다. 처음으로 고향인 집에서 독립해 아빠가 마련해  원룸에서 혼자 생활했을 , 6명이 24평에서 우글우글 살던  분위기와 달랐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유였다면 이유였을까.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혼자  마시는  처음이었다. 아빠가 입학 선물로 사준  200만 원짜리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소주를 물컵에 콸콸 따라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리 대단한 안주 없이, 그냥 라면이나 아빠가 보내  삭을 듯한 배추김치 하나로.   나는 어떤 사연으로 처음으로 입학한 대학교를 자퇴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혼자  마시는 버릇은 고향 집에서도 계속되었다. 맥주, 청하, 매화수, 페트병 소주  주종을 가리지 않고  방에서 조금은 나아진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셨다. 쓰고 싶었던 글을 쓰면서. 한글 프로그램을 켜놓고 백지에 마음껏 생각을 나열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  아침 아빠와 밥을 먹으면 “술은 먹어도, 혼자 마시는 술은 하지 마라.”라고 담담한 잔소리를 들었다. “알겠어.”라는 지키지도 않을 말을 하고 나름의 해장으로 된장찌개만 퍼먹었던 .

세월이   흘러 직장을 다니며 편의점에선 4캔에 만원 하는 세계맥주를 사서 마실  있었다. 간이 점점 말라가는지  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졌는데,  술존심이 뭐라고  번째 캔을 따고, 마지막  번째 캔까지 따서  마시곤 잠이 들었다.

행복해서, 기뻐서, 기분이 좋아서, 날씨가 좋아서, 비가 와서, 그냥 마시고 싶어서  여러 이유로 술을 찾아 마시곤 하지만 대체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화가 나서, 속이 상해서, 마음이 힘들어서 술을 마실 때가  많은  같다.

지금 처한 어떤 상황에서 (잘못은 없지만) 도망치고 싶은데, 그러기엔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니까 술로 자꾸만 도피하려는 못된 버릇. 혼자서 몰래 어떤 고통으로부터 나를 달래는 행위.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고, 아니면  이상으로  살고 싶은 욕심이었지만 나는 그저 나임을 어쩔  없이 인정해야만 하는 시점.

내가 남들에게 보이는 그만큼만 살아낼  있도록 나를 지키기 위해 혼자 술을 많이도 삼켰다.
이제는 음악과 키보드 소리가 아니라 사람 북적이는 소리와 함께 둘이 술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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