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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너뷰Point of View Jan 12. 2020

쓰는 의미 또는 이유

한동안 브런치에 부지런히 글을 올렸다. 많지는 않았지만 구독자도 몇 명 생기고 비판하는 댓글도 아주 가끔 달렸다. 그런데 어느 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글을 발행 취소해 버렸다. 갑자기 왜 무의미해 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여기에 글을 쓰면서 찾으려고 했던 의미, 다시 말해서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정리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의미와 이유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무의미가 아닌 유의미하려면 최소한 추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나름대로 정리를 해 두고 싶다.


첫째, 머리에 잠깐 머물렀다가 흩어져 버리는 생각을 잡아두고 싶어서이다. 가끔 기발하게 멋진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 생각들만 잘 정리해서 나의 기억 장치에 담아 둔다면,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해 보면 처음처럼 멋진 것 같지도 않고, 조금 더 지나면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조차 까마득하다. 그래서 정리를 해 두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꾸준히 쓰고 싶어서이다. 혼자 어딘가에 끄적거려 놓는 것은 계속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20대까지는 일기를 정말 열심히 썼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일기장만 열심히 샀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노출이 가능한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일기 쓰기라는 나와의 약속보다는 조금 더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셋째, 혼자서 쓰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있어서이다. 흔히 소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다. 나를 드러내고 싶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영향을 주고 싶어서이다. 물론 나 정도의 글로 소통을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세월이 지나 언젠가는 충족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막연한 욕망이라고 해 두자.


정리를 해 보니 여기에 글을 쓰는 의미가 궁색하다. 정리야 개인 메모장을 이용하면 되고, 꾸준히 쓰는 것은 여전히 나의 의지의 문제이며, 내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이나 잘 챙기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구구절절한 의미들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의미 있을 테니 말이다. 다른 것 몰라도 이 점만은 확신할 수 있다. 쓰다 보면 이러한 글쓰기의 의미들을 전부 또는 일부 찾을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지금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의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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