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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 Mar 13. 2020

아모레 성수를 다녀와서

힙한 리테일 트렌드는 다 담았다

아모레 성수 입구

얼마 전, 성수동에 위치한 아모레 성수에 다녀왔다. 화장품 안 파는 화장품 브랜드 매장으로 유명했기에 팀원들과 함께 스터디 차원에서 방문하였는데. 2019년 10월에 오픈한 따끈한 매장인 만큼 최근 유행하는 거의 모든 리테일 트렌드를 다 담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포인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기존에 자동차 정비소였던 성수 아이덴티티


아모레 성수는 기존에 자동차 경비소였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비소와 수제화 공장이 즐비한 날것의 성수 아이덴티티를 한껏 살렸다. 원래의 공간을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로 승화시킨 건데, 콘크리트 모양의 건물을 ㄷ자로 디자인하고, 중간에는 정원을 구성하였다.


돌과 콘크리트의 재질을 한껏 살린 인테리어. 공간을 소개하는 리플렛을 고정시키기 위한 오브제가 돌인 것도 인상적이다

그래서 층고가 오락가락하거나 바닥이 편평하지 않아 계단이 있는 편이다.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호이스트 등의 흔적도 그대로 살아있다. 그러나 반듯한 구조나 깔끔한 벽돌로 마감하여 어느 정도 정제된 느낌이기 때문에 지저분하거나 날것이라는 거부감은 거의 들지 않는다. 코스메틱 브랜드이기 때문에 깔끔한 느낌도 분명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성수가든의 모습. 우측 사진은 루프탑에서 촬영하였다.

아모레성수에서 핵심 공간 중 하나는 ㄷ자 가운데에 자리잡은 성수가든이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있던 공간이라는데, 이렇게 중앙을 중심으로 실내 공간이 동심원을 이루는 구조는 고대 로마에서 호르투스 콩클루수스hortus conclusus라 불렸다고 한다. (출처 : 월간디자인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80467) 음지식물인 고사리, 이끼와 나무, 갈대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간으로, 날이 추워 얼어 있었지만 가운데에는 연못도 자리잡고 있었다. 아모레성수 내부 공간은 창이 아주 넓어 햇빛이 잘 들어오고, 성수가든의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장스러운 내부 공간과 겨울에도 푸른 외부 정원의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간편한 회원가입

입구에 비치된 가입용 아이패드

들어가자마자 있는 공간엔 아이패드가 비치되어 있어 아모레퍼시픽 회원가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또 인상적이었던 건 회원가입이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가능했다는 것. 아이디를 입력하고, 중복 확인을 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비밀번호 확인을 하는 등의 귀찮은 과정이 필요없다.


미니어처 제품이 있는 '성수마켓'

회원가입을 하면 아모레퍼시픽의 APmall 7,000원 상품권, 샘플 교환권, 오설록 20% 쿠폰을 모두 제공한다. 여기서 아모레의 빅 픽쳐를 볼 수 있다. 아모레 성수의 끝까지 다다르면 샘플 존인 '성수마켓'이 있어서 병 샘플 2개, 미니 팩 샘플 3개를 고를 수 있다. 또, 매장의 2층은 오설록이다. 회원가입하고, 실컷 놀며 구경하다가, 무료로 샘플 받아서, 2층에 오설록을 할인받고 마시면 된다. 입구에서부터 고객의 이동 경로가 딱 짜인다.




태평양화학의 뉴트로 디자인


곳곳에 놓인 그 때 그 시절 디자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로 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건 2006년. 방문판매를 하던 그 때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나는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요즘 뉴트로 트렌드에 잘 어울리는 힙한 디자인을 매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안부터 헤어까지 이어지는 경험


세안 - 보습 - 메이크업으로 이어지는 경험

아모레는 성의없게 그저 화장품만 비치해둔 것이 아니다.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세안부터 제대로 하고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장소를 구비하였다. 시간 여유가 좀더 있었더라면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30여 개 브랜드, 3000여 가지 화장품을 기초부터 색조까지 자유롭게 만져보고 발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남성용도 있다.


퍼스널 컬러에 따라 구분해둔 립 제품들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들이 경계 없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을 고객에게 강제로 알리기보다는 좀더 와닿는 퍼스널 컬러에 따라 립 제품을 나누고 '매트', '중간', '촉촉'이라는 직관적인 워딩으로 분류해두었다. 립 제품은 지우기도 편하고 금방 눈에 띄어서 가장 발라보기 쉬운 제품이다. 그래서 드러그 스토어에서도 색조 제품을 가장 앞에 비치한다고 하지 않는가. 립 제품 매대는 안쪽 공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머무르고 싶어지는 다양한 공간


피부 나이 측정, 주름 초상화, 메이크업 서비스

화장품 체험도 좋지만, 전문가의 손길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아모레성수에서는 피부 나이를 측정해주거나, 초상화에 PVC 필름으로 주름을 그려넣은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 또 직접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도록 아이패드에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을 틀어두고 있었고, 다이슨 헤어 기기도 비치해두었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통해 메이크업 서비스나 여러 클래스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향수 DIY 클래스가 진행 중이었다.


'성수꽃집'에는 전문 플로리스트가 있다

꽃집도 있어서 분위기를 더한다. 전문 플로리스트가 엄선한 꽃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꽃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있어서 꽃을 좋아하는 팀원분 중 한 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아름 안고 가시더라. 일반 꽃집에는 잘 없다며.


2층에 위치한 오설록

회원가입하면서 받은 쿠폰을 쓸 수 있는 오설록이다.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햇살도 잘 들고 예뻐서 끝나고 들를 법하다. 쿠폰도 받은 김에 말이다.




총평 : 사지 마세요, 체험에 양보하세요


아모레 성수는 코덕들의 놀이터가 되기 위한 공간이다. 코스메틱이야말로 경험 마케팅이 가장 필요한 공간이자, 이커머스가 가장 대체하기 힘든 시장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코스메틱의 특징을 잘 살려서 트렌디하게 꾸민 공간이다. 이런 마케팅은 당연히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아예 구매도 안 되는 공간이다. (인스타그램 포스팅 개수의 증가, 홈페이지 회원 수 증가 정도의 KPI로 측정은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다시 피부로 느꼈다. 코즈메틱은 대표적인 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 — 식료품, 세면용품 등 빠르게 움직이는 소비재 시장) 분야이다.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트렌드가 순식간에 바뀌는 만큼 기획과 마케팅의 영향력이 다른 시장보다도 큰 영역이다. CJ제일제당, P&G 등의 마케팅 케이스가 여전히 토의되는 이유도 FMCG가 마케팅에서 앞서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참가한 바 있는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공모전은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과 더불어 마케팅 공모전 양대산맥으로 꼽힐 정도이다.



요즘처럼 언택트나, 디지털 퍼스트 / 디지털 온리가 대세인 상황에서  업체들이 리테일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는 주목해볼 만하다. 디지털로 넘어간다고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제공할  없는 가치가 있다.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에게 재미를 주고, 경험을 줘야 한다는  모두가 안다.  중요한 고민은 이것이다.


 경험,  어떻게  건데?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브랜드에서 독자적으로 체험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라네즈는 립스틱이나  슬리핑 마스크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아모레 성수라는 공간에 자사의 수많은 브랜드들을 녹여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를 제공하고 ‘아모레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각인시킬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아모레 성수는 앞으로 아모레가 꾸려나갈 리테일 공간의 비전을 엿볼  있는 장소이었다.



아모레 성수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11길 7

운영시간 : AM 10:30 ~ PM 8:30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휴무)

홈페이지 : https://www.amore-seongsu.com/main (메이크업 서비스, 클래스 등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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