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의 재미
카카오뱅크는 시작부터 비범했다.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1달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하더니 2년 만인 2019년 9월 기준 계좌 개설 고객 1000만 명, 총 수신 20조 원, 총 여신 14조 원을 기록했다. 전 국민의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덕분일 수도 있고, 기존 시중은행 어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간편하고 직관적인 UI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카카오뱅크는 훨씬 큰 매력이 있었다.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상품인 26주 적금부터 살펴보자. 26주 적금은 1000원으로 시작해서 저금액을 1000원씩 늘려간다는 고전적인 저축 전략을 상품화한 것이다. 누적 계좌 수만 432만 개다. 적은 돈으로 시작하고, 반년이라는 짧은 가입기간 덕분에 1020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실은 마지막 한 달의 비용이 3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 부분이 후반부에 납입되기 때문에 예치기간이 짧아 이자를 많이 가져갈 수가 없음에도 말이다. (최대 금액인 1만 원씩 증액할 경우 원금 351만 원에 대한 이자는 세전 13,000원 정도이다)
최근 출시된 저금통 역시 화제가 되었다. 잔돈을 모아 최대 10만 원까지 모아주는 상품으로, 기존 입출금계좌에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다. 동전 모으기 기능은 매일 밤 12시, 통장에 있는 1천 원 이하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금해준다. 저축 금액은 매월 5일에만 엿보기 기능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자판기 커피, 떡볶이,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등 대략적인 가격대를 유추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계속 소비자 중심적인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효자 상품인 모임통장은 모든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얼마나 입금했는지도 멤버별로 보여주어서 투명한 회비 운영이 가능하다. 모임통장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인상적인 것은 40대 이상 고객 비중도 2019년 10월 기준으로 30%가 넘는다는 점이다. 20·30대 이용자가 절반 이상인 카카오뱅크의 연령층을 넓히는 데에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동아리, 동창회 등은 물론이고 데이트 통장, 곗돈 등 함께 돈을 모아서 사용하는 성격이 강한 한국인들의 니즈를 적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왜 이런 신박한 서비스를 자꾸 만드는 것일까. 당연히 돈을 모으고 가입자를 더하는 기본적인 기능도 있겠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돈 모으는 재미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의 다양한 상품들은 돈을 재미와 놀이의 영역으로 끌여들였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놀러 다닐 수 있는 기쁨 말이다.
1) 돈이 조금씩 모인다고 한다
2) 모인다니까 자꾸 보고 싶어서 접속 횟수가 잦아진다
3) 두둑해진 잔고를 보며 기분이 좋아지고 카카오뱅크도 좋아진다
4) 다음 상품도 '믿고 쓰는' 카카오뱅크에서 가입하게 된다
이 플로우를 따라 가입률, MAU, 저축액, 재가입률(리텐션) 등을 모두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돈 모으는 재미는 저금의 시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유자금이 없어도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으는 버릇을 들이라고 한다. 바로 이 성취감 때문이다. 이 성취감을 맛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돈을 모으고 싶어진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소 10만 원에서 시작하던 적금도 1000원에 가입이 가능하며 (26주 적금), 없어진 줄도 몰랐던 세 자릿수의 푼돈들이 어느덧 몇만 원이 되고 (저금통), 친구들과 몇 만 원씩 모았던 곗돈이 벌써 여행을 갈 수 있는 규모가 된다. 카카오뱅크는 수신이 생겨서 좋고, 나는 돈이 모여서 좋은 윈-윈인 셈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카카오뱅크의 다음 상품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