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실험 실패, 그 후
인스타그램이 IGTV 버튼을 삭제했다.
올해 1월 20일의 일이었다. 2018년 6월, 인스타그램은 15초가량의 영상을 주 콘텐츠로 하는 틱톡에 맞설 대항마로 IGTV 앱을 선보였다. IGTV는 최소 15초, 최대 10분가량의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메인 화면 상단 다이렉트 메시지 (DM) 옆 공간에도 앱인앱으로 들어가 있었다. 필자 역시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쇼를 구경하거나 인플루언서들이 유튜브 영상의 맛보기로 올리는 영상들을 조금씩 본 적이 있다.
그러나 10억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개별 IGTV 앱을 설치한 이용자는 7백만 명뿐인 반면 틱톡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15억 건 이상이다. 또한 미국 이용자 수도 IGTV는 110만 명, 틱톡은 8,05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스타그램의 완패다. 인스타그램 앱 약 99%에서 빠지게 되는 IGTV 버튼에 대해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인스타그램 앱 내 IGTV 아이콘을 클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데이터와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아이콘을 제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이 사진 기반의 플랫폼이라서 동영상 시장에서 불리했을까? 수익화가 어려워서였을수도 있다. IGTV 유저는 유튜브와 달리 광고 수입이 없고, 정기구독 서비스도 없다. 틱톡 스타들 역시 틱톡에는 짧은 핵심 영상만 올리고, 긴 영상은 유튜브에 올려 수익화를 이루고 있다.
최근 여러 대항마들이 생겼지만, 여전히 유튜브는 막강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2019년 12월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의하면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2018년 33.6%에서 지난해 47.1%로 증가했다. 유튜브도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이 월간 442억 분(와이즈앱 조사, 2019년 11월 기준) 사용하는 서비스이다. 페이스북(41억 분)의 10배, 인스타그램(27억 분)의 16배가 넘는다. 거짓 정보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받고는 있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된 영상 역시 거짓으로 밝혀졌다) 다양한 정보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동영상만이 가질 수 있다.
물론 유튜브도 예전과는 다르다.
광고 수입을 원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유입된 만큼, 흥행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워크맨의 장성규가, 작년 하반기에는 EBS의 펭수가 떴었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둘 다 시들해졌다. 한혜연의 ‘슈스스TV’처럼 전문가나, 한예슬처럼 원래 팬층이 두텁던 연예인들의 채널이 유입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다. 닛케이신문은 1월 14일 보도에서 “10년 후에는 100만 명의 인기 유튜버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일본 유튜버 매니지먼트 회사 넥스트의 오카노 다케시 사장의 말을 보도한 바 있다. 1) 무분별한 콘텐츠 베끼기, 2)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국 프로그램의 유튜브 유입 등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유튜브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유튜브는 2017년, 영상 링크를 공유할 방법으로 채팅 기능을 공개했다가 2019년 9월에 이를 종료시켰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글의 수많은 과거 메신저 시장 진출 시도와 유사하게 이미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 수많은 경쟁자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해 3월 “개인 메신저 앱이 회사의 미래”라고 말한 바 있지만, 유튜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동영상 플랫폼의 미래는 무엇인가. 유튜브의 채팅은 실패로 끝났지만, 최근에는 유튜브의 댓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화려한 삶의 순간을 담는다면, 브이로그처럼 일상을 솔직하게 기록한다는 성격이 크다. 김나영 씨의 인스타그램은 완벽한 패셔니스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유튜브는 '노필터TV'라는 이름답게 수수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팬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끼리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은 1990년대, 2000년대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 스트리밍하면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리며 향수에 젖은 2030 세대를 불러 모았다. 1020 세대들은 유튜브 댓글에서 반모(반말 모드의 줄임말)를 하자며 소통을 요청한다. 함께 댓글로 '주접'을 떨면서 공감대를 표현한다.
미국에서는 틱톡을 교육에 활용하거나, 아예 교내 틱톡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던 학생들 간의 소통을 개선한 사례가 있다. SNS가 마냥 사회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social) 교류하는(network) 서비스이다. 유튜브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처럼 소통보다는 시청을 위한 플랫폼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어쩌면 이제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동영상 플랫폼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가능성도, 활용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아직 우리는 동영상 매체를 가지고
실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