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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이 Feb 09. 2022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면 자연도 우리를 보호해줘요.

2-1 의미 프로젝트 2월 '환경' -1 - 소개 및 계획


의미 프로젝트 2월 - 환경-


환경과 나


내 인생이나 관심사에 '환경'은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던 단어였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자연'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여행하는 것을 꽤나 좋아했던 나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에도 항상 건물과 사람이 많은 북적북적하고 바쁜 도시보다는 자연이 예쁘거나 평화로운, 또는 그랜드캐년, 카파도키아 같은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고르고는 했다.


아직 큰 도시 이긴 해도 원래 살던 서울보다 자연과 접할 기회가 좀 더 많아진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이런 부조화에 대해 마음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많은 공원, 해안가, 산을 다니면서 이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연'을 좋아하면서 '환경'은 신경 쓰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늘은 티 한점 없이 푸르고, 저 멀리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이는 새파란 바다, 평화롭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을 보면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플라스틱 포장용기에 담긴 초밥을 먹는다. 바닷가에서 만든 쓰레기를 음식을 살 때 받은 플라스틱 봉투에 모두 넣는다. 플라스틱 컵, 남은 음식, 종이 등. 돌아가는 길에 공원 내 비치된 큰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린다.  그러고 느낀다. "아, 바다가 정말 예쁘다. 자연가 내가 하나 된 느낌이야. 좋은 시간이었어"


뭔가 너무 부조화적인 모습이지 않나? 나는 자연을 사랑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행동은 하나도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훼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작년부터 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환경을 보호해야 돼,라고 생각하면서 아직도 행동이나 작은 습관은 크게 고쳐진 것이 없었다. 되려 ~해야 돼 하는 없던 부담감이 생기니 더 귀찮음을 느껴서 외면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지금의 내 모습이 부 조화스럽고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변하지는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환경'을 특별히 이번 달의 목표로 정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바로 2022년 1월 1일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밴쿠버에서 공식적으로 슈퍼나 상점에서 유로로 제공하던  비닐 쇼핑백의 사용 자체를 전면 금지하고 종이,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자연 친화적인 소재의 쇼핑 가방만을 유료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밴쿠버시에서 진지하게 시행 중인 수많은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들


초반에는 계속 종이 쇼핑백으로 식재료 쇼핑을 다녔지만 장을 많이 본 날에는 종이가 찢어지거나 특히 비 오는 날엔 종이가 물에 젖기 때문에 불편함이 너무 많았다. 재사용 백을 구매하자니 평균 2천 원 ~ 5천 원의 가격이었고 보통 쌀포대 소재+ 천으로 마감된 손잡이로 돼있는 가방을 파는데 이미 집에도 많아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집에 모셔두고만 있었던 에코백들.

제임스 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말한다. 나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Hard (힘들고), 그리고 Unsatisfying(불만족) 스러워야 한다고. 결국 이 불편함이 내가 에코백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게끔 만들었다. 접을 수 있는 에코백과 어쩔 수 없이 돈을 주고 구매했던 생분해 쇼핑백을 접어 항상 가방에 휴대하기 시작했고, 지난 1월 동안 쇼핑을 할 때 종이 쇼핑백 구매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

한국 다이소에서 사온 포켓형 에코백. 사오길 잘했다. 이 곳에서는 오천원이상 한다.


그렇게 막상 하다 보니 느낀 점.


생각보다 안 귀찮고 정말 쉽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에 대해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던 죄의식이 에코백을 사용하는 정말 작은 노력 하나로 조금은 해소된 것 같았고, 더불어 뿌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자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바로 이미 무의식 중에 학습된 나의 환경을 무시하던 생활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그래서 '환경'이 이번 2월 주제로 정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1월 '행동' 주제를 지켜 생활하면서 키운 '행동 근육' 이 지금 많이 튼튼해져 있는 상황이다. 이 기회에 생각만 하고 있던 '환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고 환경 보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나아가 좋은 습관을 길들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에게 많은 것을 받고 그 소중한 자연을 위해 나도 노력하는 삶. 이번 의미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것 같다.


[참고] 밴쿠버시의 환경보호


'환경'을 주제로 정하고 내가 뭘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아래와 같은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도시는 "재활용에 있어 캐나다의 빛나는 보석"으로 묘사되었으며 불과 10여 년 만에 재활용률을 40%에서 60%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출처 : https://www.vancouverisawesome.com/local-news/vancouver-ranked-1-greenest-city-in-the-wold-4358071#:~:text=Vancouver%20was%20awarded%20the%20top, in%20just%20over%20a%20decade. )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렇게 환경에 진심이었다니! 뿌듯하면서 나 자신이 조금 더 창피해졌다. 실제로 밴쿠버에서는 2020 친환경 도시가 액션 플랜을 계획하고 시행해왔다고 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출처 : 밴쿠버 시청 https://vancouver.ca/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밴쿠버의 방향을 설명한 이미지이다.

역삼각형 방향으로


AVOID : 피하자

REDUCE : 줄이자

REUSE : 재사용하자

RECYCLE & ENERGY RECOVERY : 재활용하자.

DISPOSE : 버리자


이다. 뭔가 과거에 한국에서 했던 아나바다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만큼 분리수거에 진심인 나라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한국과 다른 점을 집어보자면 밴쿠버에서 좀 더 나은 부분은 분리수거를 하기 전에 AVOID와 REDUCE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인 것 같다.


물론 사용하는 제품마다 차이점은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커피숍의 일회용 컵은 일회용 봉투와 마찬가지로 돈을 내야 하거나, 이번에 시행한 비닐봉지 판매 전면 금지, 등의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한다. 또 일반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서 보자면 우선 한국만큼 물티슈를 다용도로 쓰지 않고 (있긴 있으나 아기용 / 세정용 등의 특별한 목적이 있는 제품으로만 사용), 마스크는 대체적으로 동양인 이외의 사람들이라면 다회용, 천으로 된 소재의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지금까지의 나


위의 밴쿠버 제로 웨이스트를 기반으로 현재의 환경을 대하는 나에 대해 가감 없이 적어보겠다.

너무 소홀했던 나 자신을 여기에 적는 게 조금은 창피하지만 그만큼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크게 든다.


피하자 → 피할 의지가 없음

-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을 아무 죄책감 없이 사용함 심지어 가끔은 설거지가 귀찮아서 집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함.

- 친구들과 놀러 갈 때는 항상 일회용 접시/포크/컵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임.

- 지퍼백을 빈번히 사용함 남은 스낵이나 음식은 용기가 아닌 지퍼백에 넣어 보관할 때가 많음.

- 쇼핑할 때 비닐봉지 또는 쇼핑백이 필요하냐고 질문을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달라고 이야기함.

- 있는 물건이고 필요하지 않지만 예쁘거나 싸거나 등의 이유로 구매욕이 자극되면 구매함.


줄이자 → 뭔가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음

- 샴푸 린스 등을 살 때 쓰기 편하다는 이유로 작은 사이즈를 선호함-> 공병의 양이 많아짐.

- 설거지를 하면서 수세미로 뭔가를 닦을 때 물을 틀어놓고 함.

- 양치질을 할 때는 다행히 물은 안 틀어놓고 했지만 가끔 틀어져 있다고 해도 크게 신경안 씀

- 종종 까먹고 전기장판을 켜 놓고 외출함

- 잠시 외출하는 경우 외출하고 들어왔을 때 방이 추운 게 싫어서 히터를 틀어놓음.

- 전기 코드를 뽑아 놓는 일은 일주일 이상 집을 비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하지 않았음.


재사용하자 → 재사용하려고 시도도 안 함.

- 지퍼백을 사용하고 100% 깨끗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련 없이 버림. 재사용률이 현저히 적었음.

- 생각 없이 받아 쓴 비닐봉지가 많이 쌓여있음. 그나마 이 봉투들은 방의 작은 쓰레기통 봉투로 사용함.

- 조금만 낡거나 흠집이 있는 물건이면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 사서 쓸 때가 있음

- 또는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데 새 물건이 가지고 싶어 새것을 사고 쓰던 것을 버림


재활용하자 → 이론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며 살아옴

- 일을 할 때 급하게 건전지를 갈아야 할 경우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건전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음

- 재활용을 하다가 어느 쪽인지 헷갈리면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크게 고민 없이 버림 (특히 커피숍 쓰레기통)

-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음식물 플라스틱 종이 등을 구분해서 버리는 게 귀찮아 바로 덮어 그냥 버린 적이 많음.

- 박스를 버릴 때 테이프를 제거하지 않고 버림



알고 있으면서도 안 하거나 모르는데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이렇게 적으면서 나의 행동을 뒤돌아보자니 너무 한심하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2월이 기대되기도 한다.



2월 '환경' 실천 목표


목표


✔ 환경 보호 공부 / '실천 목록' 만들기


이번 주제를 실천할 목표를 세우기 위해 여러 정보를 찾아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브레인스토밍을 해봤다. 생각보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아 고르기가 힘들었다. 모든 것을 다 실천하자니 부담을 느껴 역효과가 날 것 같고. 그래서 목표를 환경 보호 관련 정보를 검색하거나 관련 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의 활동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보고 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북극의 눈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우리 자연은 소중해 환경은 우리가 지켜야 해 다짐을 해본 적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실행에 옮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리서치를 하면서 개인이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참고하며 실천해보는 것을 목표로.

물론 지난달에 만들어 지금도 쓰고 있는 '행동 기록장'* 에도 당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은 바로 추가해서 해 볼 계획이다.


[행동 기록장 알아보기]

https://brunch.co.kr/@hantole/10


✔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


내가 좀 더 분리수거를 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그에 맞춰서 잘 구분하여 버릴 것이다.


습관


습관은 사실 바꿔야 할 것투성이고 환경과 관련된 습관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우선 위에 있는 이미지를 참고하여 역삼각형 제일 위에 있는 두 가지, 피하기와 줄이기에 관련된 습관을 정해 보기로 했다.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AVOID-

-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대한 피하고 관련된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물 / 전기 절약-REDUCE-

- 절약을 위해 당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물과 전기의 사용일 것 같아 무조건 '절약하기' 보다는 물과 전기 두 가지를 정해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사용량을 줄여볼 것이다.


언어


귀찮아 ➙ 내 책임이야

- 환경과 관련하여 내가 자주 쓰는 고쳐야 할 언어 습관이 뭘까?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다 할 언어 습관도 없었다. 왜냐하면 환경 보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낭비하거나 버리거나 할 때 내가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곰곰이 지켜봤다. 위에 '지금까지의 나' 섹션에서 다룬 행동들, 일회용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거나 분리수거를 대충 할 때 내가 보통 먼저 하는 생각은 '귀찮으니까~'였다.


택배 상자를 버릴 때 테이프를 떼어야 하나?-> 귀찮아 그냥 버리자. 누군가 하겠지

배달 용기는 물로 대충 헹구고 버리면서 -> 이 정도면 되겠지

컵라면을 끓여먹으면서 일회용 젓가락을 집고 -> 설거지하기 귀찮아지니까 이걸로 먹어야지


등등 의 생각으로 내가 조금 편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쓰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귀찮아, 가 아니라 위와 같은 상황일 때 바른 선택을 하면서 '이건 선택이 아니야 내가 지켜야 하는 책임이야'라고 말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번 달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좀 더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내가 되면 좋겠다.



“One of the first conditions of happiness is that the link between man and nature shall not be broken.”– Leo Tolstoy


행복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우리와 자연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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