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책스타그램 시작> ep1.
내 별명은 '수니'다. 흥이 많아서 '흥순이'였다가 친구들이 부르기 귀찮았는지 그냥 '수니'로 줄어들었다. 책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 때도 자연스레 '책'과 '수니'를 합쳐 '책수니'라는 이름을 택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프로필을 대충 채우고 "오케이! 시작 완료!"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스타그램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기본 세팅만 해놓고는 충분한 구상 없이 시작했다는 핑계로 첫 게시물 업로드를 계속 미루게 되었다. 한 해가 지날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다. 몇 주간 핑계만 대다가 영영 시작도 못하는 못난 인간이 될까 두려워, 마침내 용기를 내어 게시물 하나만이라도 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책 중 하나인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로 첫 발을 내디뎠다. 책을 여러 각도로 돌려가며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고, 마음을 담아 책 리뷰를 작성했다. 나름의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내 게시물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니 그제서야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흑백사진보다도 못한 초저화질의 구닥다리 사진이었다. 천장 조명의 그림자가 그대로 비친 책 사진과 구구절절 독후감 같은 책 리뷰가 가시처럼 밟혔다. 싸이월드가 부활해도 안 받아줄 것 같은 내 사진과 글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공부가 필요하구나. 시작하기 전에 왜 연구할 생각을 못했을까?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나서야 공부와 준비의 필요성이 명확히 다가왔다.
인스타그램 운영법을 폭풍 검색하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브랜딩, 임팩트 있는 글쓰기,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의 조언을 탐독하며 내 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았다.
브랜딩 관련 책들을 읽다 보니 온라인상의 내 흔적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런치 작가명과 인스타그램 이름에 통일감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수니'에서 '책토리'로 변경했다. 책 읽는 한토리. 이름에도 목적과 정체성을 담았다.
온라인에서의 발자취를 이어 붙이고 확장하는 일이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란 것을 배웠다. 알고리즘을 고려해 '책'이라는 단어는 꼭 넣고 싶었다. 프로필란도 의식의 흐름대로 적을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 왜 이것을 하는지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도 브랜딩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흑역사로 기억될 내 인스타그램 최초 게시물이지만,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점에서 효용가치는 충분했다. '부끄러운' 첫 게시물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완벽한 시작만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실행을 통해 부족함을 마주하고, 그 부족함을 메워가는 과정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싶다. 브랜딩을 시작으로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 사진 촬영 노하우, 글쓰기 방식, 해시태그 활용법까지... 하나 하나 배워나가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도 더 되지만, 일단 실행하는 것이 바로 답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한번 새기며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부끄러운 시작이 있었기에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것이라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