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선이 주는 압박감

굳이 직접 듣지 않더라도

by 한울 Hanul

"지금 이직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아?"

"너무 일찍 결혼하면 고생하겠네."

"뭘 또 그렇게까지 해. 오버하지 마."


기껏 시작하고 변화하기 위해, 또는 좋은 일이 생겨 말을 꺼내 봤는데 축하나 응원보다 걱정을 먼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걱정이고 조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숨겨진 질투나 열등감으로 인해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종의 압박이다. 하지만 남에게서 듣는 저런 종류의 말은 보통 한두 번으로 족하다.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기분이 조금 안 좋아질 뿐 다음에도 어떻게든 잘 살아진다. 게다가 한번 뱉은 말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은 충분히 피할 이유가 있다.


사람을 망치고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남에게서 듣는 말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고 예상되는 분위기다. 누가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공기 중에 떠다니고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부정적인 예감. 즉,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기 방식대로 예측하는 것이다.


너무 튀지 말 것, 괜히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말 것, 괴짜처럼 보일 테니까.

무모한 도전은 하지 말 것, 실패할 게 뻔하고 비웃음 당할 테니까.

너무 앞서가지 말 것, 아무도 이해 못 할 테니까.

너무 뒤처지지 말 것,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테니까.


선택의 순간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떠올리는 일. 언제나 그 반대의 상황도 들여다보는 것은 좋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상황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조언으로 가장한 유혹과 질투, 그리고 부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는 부족한 점을 조언으로써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는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게 너무 많은 정보가 뒤섞이거나, 또는 정보가 아주 부족해지면 내가 원하는 선택이 아니라 '욕을 적게 먹을 선택'을 하게 된다.


안전해 보이는 길,

남들이 고개 끄덕일 길,

괜히 설득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길.


머리 아프게 고민했는데도 그 선택으로 인해 다가올 미래를 오롯이 책임질 자신이 없을 때 내리는 결론이다. 결국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편하고 쉬운 선택은 달콤하다. 억지로 흙탕물을 뒹굴고 진흙을 뒤집어써 가며 버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해 놓고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결국 버튼을 누른 건 나인데.


사회적 분위기든, 남의 시선이든, 욕먹을 만한 상황이든 무엇이든 책임져 줄 의무도 능력도 없다. 분명 그 사람들이 말했다, 위험할 거라고. 안 될 거라고. 힘들 거라고. 그래서 하지 않았다. 나 자신이 생각해 봐도 위험하고 힘들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고 결과가 좋지 않게 되었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하라고 했나?"


그 선택을 안고 살아가는 건 오롯이 나다. 남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설득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법한 선택이 항상 나를 편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선택은 아니다. 평균에 맞추는 삶은 안전해 보이지만 내 마음의 안정까지 전부 보장해 주진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오랫동안 쌓아 온 무의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이렇게 하면 인생이 더 힘들어진다는 경험이란 이름의 기록들이 수면 아래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근거 없는 불안과 두려움은 타당하다. 우리의 무의식이 안된다고 알려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의식과 불안 따위가 정말 영양가가 있는지는 분명히 따지고 봐야 한다.


"나 이번에 차를 샀어. 벤츠로."

"아, 그래? 축하해. 그런데 벤츠는 고장이 잘 난다더라."


이 사람은 정말 벤츠라는 회사에서 나온 차량은 고장이 잘 나서 조심하라는 의도로 말을 했을까? 아니면 단순히 질투로 인한 열등감일까.


"나 이번에 러시아어 배워보려고."

"아, 그래? 그런데 러시아어에 무슨 쓸모가 있어? 영어라면 모를까."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이런 사소한 것들은 우리의 무의식에 축적된다. 직접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세상엔 정보가 너무 많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경험하지 못해도 알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장단점을 모두 습득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스스로가 생각하는 '남의 시선'이 된다.


영양가 없는 남에게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되는 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질 것

• 미움받을 각오를 할 것

•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은 없으니 내가 옳게 만들어 갈 것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 번째는 내 인생이니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고, 두 번째는 미움이란 또 다른 이름의 질투와 부러움이라는 것을 알면 되고, 마지막 또한 못 할 것도 없다. 당시에는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돌이켜보면 나름 괜찮았다고 느껴지는 때가 오기도 하니까.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 마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 외부 기준을 내려놓고 내부 기준을 세워보자. 나를 놓고 편안해지기보다, 조금 불편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나도 후회 없을 선택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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