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과 학생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프롬프트 한 줄, 3초. 화면에 코드 수십 줄이 쏟아진다. 컴파일까지 된다. 한 학기 동안 과제로 끙끙댄 결과물을 AI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냈다.
"이걸 왜 배웠지."
그 문장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다. 전공을 잘못 골랐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 주변에서도 같은 말이 들린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 코딩을 배워봤자 소용없다.
그런데 그 불안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소프트웨어가 곧 코딩이라는 전제.
AI가 대체하는 건 코드를 타이핑하는 행위다. 소프트웨어는 그보다 넓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의하고, 구조를 설계하고, 시스템 전체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판단하는 일이다.
이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AI는 위협이 아니다. 손이 빨라진 도구다.
비전공자도 AI로 작동하는 코드를 만든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고, 예외가 쌓이고, 시스템 간 의존성이 복잡해지는 순간 결과물이 갈린다.
4년간 자료구조, 알고리즘, 운영체제, 네트워크를 훈련한 사람은 코드 한 줄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본다. 그 시야의 차이가 만드는 퀄리티 격차를 AI 도구가 대신하지 못한다.
압도적인 퀄리티는 도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도구를 어디에, 왜 쓰는지 판단하는 눈에서 나온다.
"AI 때문에 내 업이 사라졌다." 이 문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웹이 등장했을 때도, 모바일이 시장을 바꿨을 때도, 클라우드가 인프라를 뒤집었을 때도 같은 말이 나왔다. 그때마다 돌아선 사람이 있었고, 뚫고 간 사람이 있었다.
돌아서는 쪽이 합리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분야에서도 벽은 온다. 기술은 바뀌고,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때마다 돌아서면, 어느 분야에서도 깊이를 쌓지 못한 채 입문자로 머문다.
전문가는 벽이 없는 길을 찾은 사람이 아니다. 벽을 만날 때마다 부딪혀 뚫은 사람이다. 버티고, 방법을 찾고, 결국 넘어선 경험이 겹겹이 쌓일 때 전문성이 된다. 그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사람에게 전문가라는 이름은 붙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불안은 전공이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는 신호다.
돌아서기 전에 한 번만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이 벽은, 피해야 할 벽인가. 넘어야 할 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