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시리즈4,별들의 숨바꼭질
창틀에서 피워내는 우리의 이야기
동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 우리 집 창틀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천문대가 됩니다. 5살 딸아이와 나는 매일 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별들의 축제에 초대받습니다.
"아빠, 저기 봐! 첫 별이 나왔어!"
반짝이는 눈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딸아이 앞에서, 나는 어느새 우주 탐험가가 되어 있습니다. 팔 하나 정도의 거리. 우리 부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이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간격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상력과 현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지점, 마법 같은 경계선입니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창문이 흐려집니다. 우리의 숨결이 유리창에 서리가 되어 별들을 가려버리니까요. 하지만 너무 멀어지면, 딸아이의 작은 속삭임이 공중으로 흩어져버립니다. 이것은 단순한 별 구경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밤 '상상력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는 거죠.
계절마다 하늘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봄에는 북두칠성이 농부의 괭이가 되어 대지를 일구고, 여름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발을 담급니다. 가을철 페가수스는 구름 위를 달리고, 겨울이 되면 오리온이 활시위를 당깁니다.
"아빠, 저 별은 무슨 이름이에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때로는 정확한 별자리 이름보다, 우리만의 이름을 지어주는 게 더 특별할 때가 있습니다. "음... 저건 반짝이 공주별이야. 네가 태어났을 때 처음 반짝였대."
딸아이의 상상력은 때로는 과학책보다 더 정확합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우주는 교과서의 차가운 정의가 아닌, 살아 숨쉬는 이야기로 가득하니까요. 나는 그 이야기에 살며시 귀를 기울입니다.
우리의 창틀 천문관측은 종종 철학이 됩니다. 별은 왜 반짝이는지, 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달은 왜 모양이 바뀌는지... 단순한 질문 속에 우주의 신비가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으로 만들어내는 선율처럼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어떤 밤은 별이 잘 보이고, 어떤 밤은 구름에 가려 한 점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기다림, 이 설렘, 이 상상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우주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서,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별을 찾아나설 때, 오늘 우리의 이 작은 천문관측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빛으로 남을까. 아마도 그때, 그녀는 깨달을 것입니다. 삶이란 때로는 뚜렷이 빛나고, 때로는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팔 하나 정도의 거리. 오늘도 우리는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서투르고 어설픈 상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아빠, 저기 또 새로운 별이 나왔어!"
나는 미소 짓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별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