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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리즈3, 바다의 속삭임

할머니의 부엌에서 찾은 인생의 맛

by 하늘바람

우리 할머니의 부엌은 언제나 바다 냄새가 납니다. 시장에서 갓 들여온 멸치 한 움큼이 프라이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 작은 공간은 순식간에 남해 바닷가로 변신합니다.


"할머니, 오늘은 제가 소금 넣을래요!"


내 열 살 딸아이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 숟가락의 거리. 우리 세 여자가 만드는 요리의 심장 박동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대를 이어온 지혜와 사랑이 녹아드는 마법의 순간입니다.


너무 많은 간섭은 음식을 망칩니다.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죠. "음식은 기다림의 미학이야." 프라이팬 위에서 튀는 기름방울처럼, 때로는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재빨리 뒤집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부엌에서의 춤사위는 마치 조개가 숨쉬는 것과도 같습니다. 열었다 닫았다, 다가갔다 물러났다. 할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 리듬은 이제 내 손을 거쳐 딸아이의 작은 손가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 이번엔 제가 파를 썰어볼게요!"


딸아이의 서툰 칼질에 할머니와 나는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 눈빛 속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도 한때는 저렇게 서툴렀고, 그 서툰 손끝에서 지금의 맛이 탄생했습니다.


부엌은 종종 인생의 축소판이 됩니다. 적절한 불의 세기, 알맞은 간의 농도, 기다림의 미학... 모든 순간이 균형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마치 조개탕의 국물이 우러나오듯,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됩니다.


어떤 날은 음식이 완벽하고, 어떤 날은 실패합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시간, 이 공간, 이 맛의 기억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맛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딸아이가 자신만의 부엌을 가지게 될 때, 오늘의 이 소박한 요리 수업이 그녀의 삶에 어떤 향기로 남을까. 아마도 그때, 그녀는 이해할 것입니다. 사랑이란 때로는 진한 맛을 내고, 때로는 담백함을 아는 것이라는 걸.


세 숟가락의 거리. 오늘도 우리는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맛의 춤을 춥니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어설프지만 진심을 담아, 우리는 조금씩 완벽한 요리사가 되어갑니다.


"할머니, 오늘 저녁은 뭘 만들까요?"


할머니의 눈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집니다. 오늘도 우리의 요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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