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간시리즈2, 별빛 정원

할머니와 나누는 계절의 속삭임

by 하늘바람

작은 시골 마당 한켠의 텃밭이 때로는 모네의 지베르니가 됩니다. 83세 할머니의 지혜가 가꾸는 정원에서, 나는 매일 아침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수업을 받습니다.


"이번엔 상추를 심어볼까?"


주름진 손으로 흙을 매만지시는 할머니 곁에서, 나는 어느새 정원사의 제자가 되어 있습니다. 한 뼘의 거리. 우리 할머니와 내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간격입니다. 이 거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월과 지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지점, 보이지 않는 시간의 다리입니다.


씨앗을 너무 깊이 심으면 싹이 질식하고, 너무 얕게 심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마치 인생처럼, 모든 것은 적당한 깊이를 필요로 합니다. 텃밭 가꾸기는 구실일 뿐, 이것은 사실 우리가 매일 아침 나누는 '삶의 대화'입니다.


"할머니, 이 방울토마토는 언제 빨갛게 될까요?"

"기다림을 배우는 거야. 서두르면 맛이 없어."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토마토의 붉어짐은 서툴지만, 그 안에는 시간의 미학이 있습니다. 나는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지켜봅니다. 때로는 일부러 모른 척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무관심이 아닌, 성숙을 위한 기다림입니다.


우리의 텃밭 일상은 종종 철학이 됩니다. 식물의 성장 속도, 계절의 변화, 날씨의 기복... 모든 자연의 리듬은 이처럼 고유한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각자의 파트를 연주하며 만들어내는 교향곡과도 같습니다.


어떤 작물은 잘 자라고, 어떤 것은 시들어갑니다. 하지만 성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순간, 이 감동, 이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생명을 배우고, 인내하는 법을 익힙니다.


"겨울이 오면 무얼 심을까?"

"걱정 말아요. 계절마다 제 할 일이 있지."


나는 종종 생각합니다. 언젠가 할머니의 지혜가 더 이상 이 정원을 비추지 않게 될 때, 오늘의 이 작은 대화들이 내 삶에 어떤 향기로 남을까. 아마도 그때, 나는 깨달을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가르치고, 때로는 비워둘 줄 아는 것이라는 것을.


한 뼘의 거리. 오늘도 우리는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생명의 노래를 부릅니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어설프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완벽한 스승과 제자가 되어갑니다.


"내일은 무얼 심을까?"

"할머니가 정해주세요."


나는 미소 짓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정원은 자라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간시리즈1, 아들과 축구하며 육아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