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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리즈5,책장의 미로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탐험

by 하늘바람

수요일 오후 3시, 동네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모험의 미로가 됩니다. 8살 아들과 나는 매주, 책장 사이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탐험을 시작합니다.


"아빠, 오늘은 공룡 책 찾으러 가요!"


두 눈을 반짝이며 앞장서는 아들 뒤로, 나는 어느새 탐험 파트너가 되어 있습니다. 서너 발자국 정도의 거리. 우리 부자가 만들어내는 탐험의 간격입니다. 이 거리는 단순한 보폭이 아닙니다. 그것은 호기심과 지혜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 보이지 않는 모험의 나침반입니다.


너무 가까이 따라가면 아들의 탐험 본능이 숨죽여 버립니다. 그의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되는 발견의 기쁨이 사라지고 맙니다.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그의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단순한 책 고르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 '지식의 보물찾기'를 하고 있는 거죠.


책장마다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자연과학 코너는 정글이 되고, 역사 코너는 타임머신이 됩니다. 문학 코너에서는 용이 날아다니고, 예술 코너에서는 무지개가 피어납니다.


"아빠, 이 책에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진짜 이렇게 컸을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때로는 정확한 답변보다, 함께 상상하는 게 더 특별할 때가 있습니다. "음... 우리 키를 열 번은 넘게 쌓아야 할 것 같은데, 한번 측정해볼까?"


아들의 호기심은 때로는 백과사전보다 더 깊습니다. 그의 질문 속에는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선 세상을 향한 경이로움이 가득하니까요. 나는 그 경이로움에 조심스레 날개를 달아줍니다.


우리의 도서관 탐험은 종종 철학 수업이 됩니다. 공룡은 왜 사라졌는지, 우주는 얼마나 큰지, 인간은 어디서 왔는지... 단순한 질문 속에 인류의 영원한 수수께끼가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고고학자들이 발굴 현장에서 느끼는 설렘처럼 순수하고 진지합니다.


어떤 날은 원하는 책을 바로 찾고, 어떤 날은 끝내 찾지 못합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여정, 이 발견, 이 성장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지적 호기심을 존중하고, 배우는 법을 익힙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서,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찾아나설 때, 오늘의 이 작은 도서관 탐험이 그의 인생에 어떤 지도로 남을까. 아마도 그때, 그는 깨달을 것입니다. 배움이란 때로는 답을 찾고, 때로는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걸.


서너 발자국의 거리. 오늘도 우리는 이 신비로운 공간에서 지식의 보물을 찾아갑니다. 서툴고 어설픈 탐험일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세상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아빠, 저기 공룡 발자국 책도 있네!"


나는 미소 짓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도서관 탐험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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