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나의 개선점을 지적할 때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조금이라도 관계가 틀어지면 그해 평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친밀하고 편한 아내가 잦은 회식을 지적하면, 귀를 닫아버리고 회사생활이 힘들다는 온갖 핑계를 대며 흥분하곤 한다. 왜 그럴까. 왜 가까운 사람에게 유독 경박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루. 아이들이 보냈을 눈부신 하루가 궁금하지 않은가?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며 반성할 점은 반성해야 그날의 조각들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나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회식을 했는지 상대방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의 단점을 지적할 때는 그 배경과 이유를 먼저 들어야 한다. 그것이 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한 설명을 해야 한다. 서로의 이해하는 맥락이 일치해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알아주고 소통이 가능해진다.
단점을 인지한다는 것은 기존의 나를 깨고 나오는 것과 같다. 그 과정은 낯설고 아플 수 있다. 누군가 나의 단점을 지적해준다는 것은 어디를 깨야 새로운 인식이 가능한지 알려주는 것이다. 금이 간 껍질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화를 내거나 즉각적인 자기방어라는 접착제를 발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금이 다시 단단히 붙어버려 깨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새로운 세상을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누군가의 지적이나 책 속 문구를 통해 나의 세계에 금이 갔다면, 그 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며 천천히 산책하자.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다 보면, 따뜻하고 신선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틈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