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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된 비행기가 알려준 삶의 리듬

불안은 필수다.

by 하늘바람

공항 한켠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봅니다. 연착된 비행기 때문에 환승 시간이 고작 1시간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음 비행기를 찾아보며, 예민해집니다. 모든 것이 안정화되어야만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걸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 비행기 환승과 닮아있다고. 각자가 세운 계획들, 그리고 그것들이 어긋날 때 느끼는 불안감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어떤 이는 5분의 지각에도 식은땀을 흘리고, 또 어떤 이는 하루가 밀려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연착'을 마주한다는 겁니다. 승진 시기가 미뤄지고, 결혼 계획이 늦춰지고, 창업 시점이 지연되는.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치 공항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보는 지금처럼 불안해하고 조바심을 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불확실성과 약간의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는 어쩌면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인지도 모릅니다. 완벽하게 계획된 비행 일정이 기상 상황 하나로 흐트러지듯, 우리의 인생도 예기치 못한 변수들과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다음 비행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네요. 어쩌면 이렇게 계획이 흐트러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삶의 본질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목적지에 정확히 몇 시에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가 아닐까요?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니까요.


이제 카운터로 가봐야겠습니다.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러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 또한 인생이라는 여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공항 한켠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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