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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리즈8, 엘레베이터 안에서

우린 헛기침을 나누었지

by 하늘바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상사와 나

이십 층까지 가는 길이 천 리 같다

어색한 인사만 오가고

숫자는 더디게 올라가고

삼 층

'날씨가 좋네요'

'네, 그러네요'

허공에서 맴도는 말들

칠 층

휴대폰을 꺼내든 상사

나도 꺼내든 휴대폰

화면 속엔 아무것도 없다

십이 층

기침소리 한 번이

방안을 떠도는 메아리처럼 울린다

이십 층

'먼저 가십시오'

'아니에요, 먼저 가세요'

굽은 허리가 조아린다

매일 아침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피해 산다

이십 층까지 가는 길이

참 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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