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띵! 띵!
아침부터 정신없이 울어대는
메일함은 쓰레기통인가
스팸인가 업무인가 구분도 안 된다
'회신바랍니다'는
당장 죽을 것처럼 조급하고
'확인요망'은
새벽 한시에도 성가시게 울어댄다
어제 보낸 메일을
오늘 다시 보내고
오늘 보낸 메일을
또다시 보내는 뻔뻔한 손가락들
참조 열다섯 명
숨은 참조 스무 명
온 회사가 다 알아야 하나
내 머리 터지는 이 순간을
휴가철이라
부재중이라는데
자동 응답 메일에도
또다시 메일을 떠넘기는 무신경
'gentle reminder'
'friendly reminder'
부드럽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거짓말쟁이들의 압박 폭탄
메일 쓰는 시간에
전화 한 통이면 될 것을
회의시간 잡는다고
수십 통을 주고받는 멍청함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려봐라, 기다려
내 휴지통 속에서
영원히 기다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