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22. 6. 11.

by 하뉼기

오랜만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했다. 책을 보다가 잠에 들고, 일어나자마자 책을 찾아 읽는. 침대 위의 책이 나보다 오래 누워있는 그런. 시리즈 3 책을 3일도 안되어 모조리 읽어버렸던 고딩때의 내가 떠올랐다.


작가는 리틀포레스트나 카모메식당과 같은 휴식이 될 소설을 쓰고싶더랬다. 그래서 책 제목도 쉴(휴)자를 쓴 서점을 만들었다. 나는 한남동이나 후암동이 모티브일 줄 알고, 옛 동네의 기억이 떠올라 아무생각없이 집어 든 책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스트셀러가 다양성을 없앤다며 베스트셀러 책은 취급하지 않던 휴남동 서점의 책을 나는 베스트셀러라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책이었다. 잔잔한 일상 속에 어쩌면 유토피아같은 공간을 그려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아지트. 인상깊은 구절은 "흔들리지 않으려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으면 된다"였는데, 글쎄 나는 지금 무엇을 붙들고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퇴사가 유행이 된 시대에 일은 언제든 시작하고, 언제든 그만들 수 있음으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그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졸업 후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영화, 음악, 전시, 책, 러닝을 기웃거렸나 보다. 민준은 커피를. 영주는 책을.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은 사람들은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또 깔짝거려볼까. 한 가지에 정착하긴 아직 어려운가.


잔잔한 울림과 생각들이 오고가는 책이다. 특히 서점 주인인 영주가 소개하는 책들과 영화들이 이 다음에 볼 것들을 알려주는 것 같아 미지의 휴남동 서점의 역할을 해낸 듯 하다. 마침 출 퇴근길에 눈에 밟히던 휴남동 서점과 비슷한 분위기의 책방이 있던데, 다음 퇴근길엔 거길 들러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뮤지컬 리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