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시선으로부터

2021. 2. 2.

by 하뉼기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책리뷰


실존하지 않은 심시선씨를 만났다. 실존 인물이었다면 그녀가 하는 강연이며 축사며 쓴 글이며 모두 읽어보는 광팬이 될 준비가 되었는데. 짧막한 기록들로만 만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장편소설이지만 정세랑작가 특유의 통통 튀는 문체가 한 시도 가만 놔두질 않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그녀의 가족들 모두의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소설 속이라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생명력이 있는 인물들로 이루어진 매력적이고도 이상적인 가족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들려고 정세랑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분을 인터뷰하고 취재하셨을까. 상상도 가지 않지만 혹 그녀의 평소 취미나 관심사에서 모두 나온 것이라면 더욱 박수쳐주고 싶다.


전개 방식도 참신했는데, 심시선의 기록과 현생의 가족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는 구조라 (아마 화수가 읽는 그녀의 기록이라 추측하지만) 마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 위인과 책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구현해낸 듯 한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가능한 방법이다. 허구의 인물과도 대화가 가능한데, 실존했던 인물은 말해 뭐하겠는가. 소설 편식하는 나로서는 한국 소설에 그다지 큰 흥미를 못 느꼈는데, 보는 내내 피식 피식 웃었다. 유머코드가 맞는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책 리뷰] 목소리를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