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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싸움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종종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과의 끝없는 싸움처럼 느껴진다. 

내가 마주하는 현실은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어린 시절,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들은 뛰고, 달리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의 눈에는 항상 걱정과 슬픔이 배어 있었다. 

학교에서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 속에 융화되지 못했고, 때로는 잔인한 놀림과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더 내 자신을 감추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냉정했다. 

지하철을 타려면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매야 했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동정 섞인 눈빛은 나를 더욱더 작아지게 했다. 

장애는 단순히 신체적인 제약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자존감과 정신적인 힘마저도 갉아먹는 거대한 그림자였다.

직장을 구하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면접조차 볼 기회를 안 주거나 몇십번의 도전끝에 면접을 보게 되더라도 면접 자리에서 나는 내 능력을 증명해야 했고, 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고 냉혹했다. 

나는 지쳐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살아가야 했기에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반신반의하며 나를 뽑아 준 회사에 들어갔지만, 장애 때문에 일을 잘 못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몰래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를 여러번 옮겨다니면서도 인사평가 때 매번 S 또는 A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랑이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도 멀고 낯선 다른 세상의 말이었다. 

나는 28년 동안 한 여인을 짝사랑 해왔지만, 끝내 그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편한 친구로만 대했고, 나의 마음은 결국 닿지 못한 채 시들어갔다. 

이런 경험들은 나를 더욱더 외롭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 자신을 증오했다. 

내 장애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이 내 삶을 망치고 있다고 느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약하고, 무력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날마다 나를 갉아먹었다. 

내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은 나의 모든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다.

현실은 훨씬 잔인하다. 나는 이 어두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싸움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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