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버티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by 쏭스

또 날이 밝았구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에 돌덩이가 내려앉는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티나?’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시간씩 수업이 있는 날이다. 거의 매 수업마다 토의 활동이 있다. 이곳에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이해력과 암기력 보다 분석력과 표현력이 더 중요시된다. 그래선지 수업 시간에 질문하지 않거나, 발언 순서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그룹 활동에 기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되고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한 시간의 수업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거다. 싫은 마음을 억지로 다잡아 출석하고,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한 거다. 그래선지 논문 학기만 남겨두고, 그간의 정규 수업을 다 마쳤을 때, 나 스스로가 그렇게 대견할 수 없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으며, 그 무수한 활동들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지난한 낭패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그 시간과 공간들을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했다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다시 학생이 되고 보니, 그리도 많이 했었던 활동 수업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겠구나 싶다. 프레젠테이션과 그룹 토의 등 온갖 활동들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나에게 있어 유학 생활은 교사에서 학생으로 입장이 전환되는 과정이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되는 이 과정은, 어쩌면 부진 학생들을 처절하게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사의 관점에서 당연시하던 것들이 뒤집어지고 해체되어 간다. 그걸 몸소 겪고 있다.


교사로 일할 때 활동 수업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토론과 역할극,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수업을 시도했다. 매번 예상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그게 또 교사로서 잘하는 거라 믿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동안 수업으로 만난 학생들 중 과연 몇 명 정도가 그 참여의 과정을 즐겼을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던 학생들이 과연 있었던가? 어쩌면 특출 난 몇몇 학생들에게 고무되어 그 반 전체를 수업이 잘되는 반이라고 단정한 게 아닐까? ‘내가 이 만큼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왔으니, 너희들도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해‘라는 전제를 달고 수업을 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교사로서 지금까지 만나온 학생들 중에서도 무수한 ‘지금의 나’들이 있지 않을까?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학생들에게는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의 활동이 엄청난 도전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고역일 지도 모른다. 막상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처절하게 보이는 것들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말하고 싶다. 수업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이다. 그 시간과 공간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2-3. 파티와 스몰토크,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