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결국엔 하게 된다’라는 주문

by 쏭스

학기를 연장하는 동안 그야말로 논문에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일 년 동안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쓰고, 영어로 된 자료만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이런 나라도 되는구나’를 실감한 나날들이다. 얼기설기 영어로 적은 것들을 다듬고 고치고, 자료를 추가하여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티나가 제시한 브론펜 브레너의 시스템이론을 이론적 관점으로 활용하니 얼추 짜임새가 더 갖추어지는 게 보였다. 하도 고치고 고쳐서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는 것 같아도 막상 다시 보면 또 고치고 싶었다.


논문 작업은 ‘내가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어?’라며 스스로를 의심했던 순간들을 시나브로 깨트려 간 과정이다. 엄두가 나지 않아 단념하려던 것들에 조금씩 균열을 내며 매일을 꾸역꾸역 채웠다. ‘영어로 논문을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던 것도, 남보다 서 너 배 더 시간을 쏟아야 제출이 가능했던 과제도 결국 지금으로 오는 과정의 일부로 남았다. 더디더라도 ‘결국엔 하게 된다’라는, 그 시절을 겪으며 새기게 된 일종의 주문.

작가의 이전글3-8. 물으면 알려준다. 단, 먼저 알려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