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코로나라는 변수: 노르웨이의 숲과 호수

by 쏭스

중국에서 터진 코로나로 오슬로의 나는 조마조마했다. 저 멀리 아시아에서 발생했기에 ‘그들의 일’로 여기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동아시아인의 용모를 띈 내게 누군가가 해코지하지 않을까 괜히 움츠러들었다. 나를 보고 코를 막거나 피하는 제스처를 거리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린다. 내 인종을 부정해야 하나? 애시당초 그건 불가능한 일인데...


동아시아에서 확산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차별과 공격의 대상이 되는 미증유의 이 상황이, 지난 시간을 평화롭게 살아왔던 이곳에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인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미 내 머릿속은 온갖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서구 사회에서 이방인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며, 코로나까지 퍼지고 나니, 그전까지의 그림자로서의 삶은 양반이었나 싶다. 이제는 병균으로 취급되는 건가라고 생각한다면 과도한 망상인 걸까?


급기야 노르웨이 정부는 모든 학교를 폐쇄했다. 온라인 기반 수업으로 전면 전환되었다. 오슬로대학교 도서관 역시 셧다운 되었다. 수업이야 이미 끝난 상태라 괜찮았지만, 도서관 없이는 논문을 쓸 수 없는데 어떡하지? 내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 기숙사 방밖에 없다. 집에서는 전혀 공부하지 못하는 타입인 내가 과연 논문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남은 삼 개월 동안 무수한 피드백과 수정을 거쳐 최종본을 제출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나마 데드라인이라는 강력한 외적 동기가 있으니 뭐라도 되겠지?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는다. 잠시 논문을 보다 지치면 송스반 호수로 간다. 호수를 둘러싼 숲들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숲이 있어 참 다행이다. 비록 나를 보자마자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아주머니도 있었지만, 대놓고 아시안이라 차별하는 사람은 없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송스반 호숫가를 걸어야 했다. 숨을 쉬어야 했으므로.


크링쇼를 기숙사로 고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옆에 송스반 호수가 있다는 것. 언제든 거닐 수 있는 숲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실감한다. 외롭고 고된 마음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맑은 하늘과 신선한 공기, 초록의 숲이 나의 산책을 벗하며 동행하는 듯하다. 송스반 호수와 숲은 조용한 넉넉함으로 늘 거기 있다. 그야말로 ‘노르웨이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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