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북유럽은 빈티지를 좋아해.

by 쏭스

플랫 메이트 마티가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플리 마켓에 가잔다. 자녀들의 음악대 기금 마련을 위해 학부모들이 대대적으로 바자회를 연단다. 옷, 책, 음반, 전자기기, 주방용품 등 온갖 것들이 다 나왔다. 눈에 띄는 보라색과 빨간색 컵을 단돈 20 크로나에 샀다. 이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길고도 길었던 겨울이 드디어 끝났다. 이제 봄이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 마켓이 오슬로의 봄을 알린다. 연두 빛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5월 무렵부터 주말마다 초등학교와 공원 곳곳에서 플리 마켓이 열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먹거리와 음악이 있으니, 작은 축제나 다름없다. 언제 어디에서 플리 마켓이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를 따로 알려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을 정도다. 옷과 그릇부터 식물, 가구까지 없는 게 없다. 전문 셀러와 주민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잔디밭 곳곳에 좌판이 펼쳐진다.


물가 비싼 북유럽에서도 그만의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 동네 곳곳의 빈티지 샵이 눈에 들어온다. 희한한 조합으로 멋들어지게 빈티지를 소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유학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스톡홀름과 헬싱키로 여행을 갔다.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역시나 제일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가 보다. 오슬로보다 크고 화려한 스톡홀름, 이웃나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소비에트풍의 건물도 많고 무언가 좀 더 절제되고 겸손한 맛을 풍기는 헬싱키. 내게 두 곳은 오래된 교회와 왕궁보다 빈티지샵 구경하는 재미가 컸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여행지마다 빈티지 샵에 들러 옷을 한 벌씩 산다. 나만의 기념품을 만드는 일이다. 입을 때마다 그곳이 떠오르니 새삼 환기도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나마 로테르담과 헬싱키, 스톡홀름의 그 가게로 다시 간 것만 같다.


스톡홀름의 여름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해서 급히 사야 했던 회색 카디건, 헬싱키에서 산 버버리 스타일의 코트. 로테르담에서 산 가을 잠바와 청 남방, 노르딕패턴 스웨터,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산 청자켓과 컬러풀한 티셔츠.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애정하는 옷들이다. 빈티지 샵이 어느새 나만의 여행 코스가 되어버린 걸까?

헬싱키의 Fida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빈티지샵에 들러 70년대 풍의 부드러운 소재의 여름 재킷을 골랐다. 연보라색과 파란색, 자주색이 버무려진 특이한 옷이다. 입을 때마다 시원하고, 어깨 라인이 있어 옷 테가 사는 것 같다. 더미들 속에서 발견한 보석, ‘와~!’하고 내 눈에 들어왔을 때의 반짝거리는 마음이 다시 피어오른 달까? 오래된 것에서 찾아내는 발견의 기쁨, 정성 어린 가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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