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싼 오슬로에서 매주 한 번씩 참새가 되어 방앗간마냥 드나들었던 곳이 있다. 바로 Fretex. 노르웨이 버전 ‘아름다운 가게’라고 할 수 있겠다. 책부터 그릇, 옷 등 웬만한 세컨핸드 제품들을 다 취급한다. 노르딕 울로 만든 질 좋은 핸드메이드 물건을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입는 문화가 있는 곳이다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는 빈티지 문화가 꽤 친숙하게 자리 잡혀 있다. 저마다 퇴근길에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나, 오슬로의 힙스터 동네 그륀나로카에 있는 Fretex 매장은 예사롭지 않은 스타일로 중무장한 사람들로 언제나 꽉 차있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코트를 걸치기만 해도 모델핏이다. 오버사이즈나 특이한 패턴, 레이어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옷을 조합하는 기술이 남다르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버무리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Fretex의 영리한 점은 ‘싼 헌 옷’을 파는 가게에 방점을 두기보다, ‘지구 환경을 덜 해치며 나만의 스타일로 멋까지 낼 수 있는’ 공간으로 어필한다는 거다. 그들의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보면, Global South를 위한 기금 마련 등 인도주의적 실천에 방점을 두기보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공정 무역 등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세련된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괜찮은 삶의 모양’ 임을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려는 듯 보인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가볍게, 빈티지 샵을 친숙한 놀이터처럼 접근할 수 있게 말이다.
내겐 오슬로 곳곳의 Fretex를 탐험하는 것이 일종의 재미다. 낯선 동네에 놀러 갈 구실이 생기는 셈이다. 노르딕 패턴의 카디건과 니트, 아라비아핀란드 커피잔 세트, 심지어 70년대 서독에서 만들어진 화려한 패턴의 여름 재킷도 득템 했다. 체형에 맞게 옷을 다듬어 입다 보면 예전부터 내 것이었던 마냥 딱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로부터 새로운 쓸모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 그것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 왠지 모르게 덜 미안해지는 소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