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재앙의 맛이었던 핀란드 대학원 영어 면접 이후, 고이 접힌 유학의 꿈. 영어가 형편없다는 생각에 저절로 쪼그라든다. 한 때 몰두했었던 그 무엇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뭐지? 어떻게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가? 그 해 겨울, 블로그 이웃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노르웨이 역시 학비가 무료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원 프로그램이 있단다. 앗! 그러면 또? 막연한 어떤 희망이 가슴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얻은 영어 점수인데 한 번 더 써먹어야지! 그런데 설마 내가 되겠어? 그것도 노르웨이 수도에 있는 오슬로대학교에?' 두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설렘과 의심, 반반의 맛을 품은 체 조심스레 서류를 만지작거린다. 아이엘츠 점수의 유효기간인 2년이 끝나기 직전이다. 힘들게 딴 6.5가 아까워서라도 한 번 더 써보자!라는 심정이 더 컸다.
또 하나의 희소식, 오슬로대학교는 영어 인터뷰가 없단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충분한 시간과 노력으로 논문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을 그간의 데이터로 축적한 결과, 인터뷰를 입학 정책에서 없앴단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없이 간단한 학업계획서와 고등학교 성적이 추가될 뿐이다. 왜 이렇게 지원 절차가 간소하지 싶을 정도다.
원서를 제출하고 어느덧 초록 잎들이 무성한 이듬해 5월. 유학의 '유'자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잊고 살았기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여름의 문턱에서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던 무렵,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랏! 저 멀리 오슬로에서 메일이 왔다. 축하한단다. 어서 볼 날을 기대한단다. 뭐야? 이거 합격 메일이잖아! 2차 관문이 남았나? 아니! 그런 건 없고, 최종 합격 메일이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분이 이런 건가? 몸은 책상과 의자에 붙어있는데, 왜 마음이 하늘로 둥둥 뜨는 거지?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 이 무슨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이란 말인가?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교육청의 유학 휴직 승인이 있기까지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합격했다고 떠벌리기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조바심 난다. 마지막 관문에서 엎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 이래저래 말이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마치 기밀인 양,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싶은 마음. 그래도 슬며시 삐져나오는 미소는 숨길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