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오리엔테이션의 일종으로 교육학부에서 scavenger hunt 이벤트를 열었다. 특수교육, 고등교육, 비교국제교육 석사 과정생들이 만나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측에서 편성한 팀원들과 오슬로 곳곳을 탐방하며 한나절 동안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다. 저렴한 식료품점, 세컨핸드샵, 유명 관광지, 공원 등 익혀두면 좋은 곳들로 스팟이 정해져 있다. 고등교육을 공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린, 특수 교육을 공부하는 미국에서 온 제이시와 싱가포르에서 온 유니와 한 팀이다. 날씨 좋은 여름, 이들과 함께 오슬로 곳곳을 누비며 많이 웃고 떠들었다. 비겔란 공원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낮의 햇살을 만끽했다. 왠지 모르게 합이 잘 맞았던 우린 그 후로도 계속 모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교육학부 카페 테리아에 모여 이것저것 소식을 나누고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오슬로의 이방인으로서 서로를 필요로 했나 보다. 이곳에 불시착한 게 아니라 안착하고 있음을 증거 하기 위해서였을까? 서로의 생존과 적응을 지켜 봐 주는 관계라고 하면 되겠다. 서로의 공간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나눠먹고, 날이 좋을 땐 야외에서 피크닉을 했다. 밥을 먹으며 안부를 묻고, 지나 온 얘기를 나누며 어떻게 오슬로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들로부터 듣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는 내 마음의 부대낌을 잠재워주는 신경안정제가 되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그들과 있을 때 왜 나는 스스로를 어설프게 여기지 않았을까? 실시간 낭패감을 메타인지하며 영어로 말하는 게 기본값이었던 그때, 왜 그들과 있을 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걸까? 나는 마음껏 내 생각을 말하고 아는 것을 나누었다.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를 검열하는 쭈글 한 자아가 발동되지 않았던 거겠지? 그건 아마도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싶다. 그래선지 오늘따라 그들이 더 보고 싶다.
제이시와는 유독 더 말이 잘 통했다. 미국 서부 발음이 유독 더 잘 들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파편화된 영어 너머의 안목을 인정해 주는 친구여서 고맙다. 그는 타고난 미식가여서, 세계 각국의 음식에 진심이다. 학교에서 열리는 ‘한국 음식의 밤’ 행사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할 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다. 알고 보니 캘리포니아 LA 하고도 코리아타운에서 살았단다. 종종 한식을 만들어 나누어먹기도 했다. 오고 가는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푸근하고 안정적인 멘탈의 소유자, 캘리포니아인답게 chill 하고 lazyback 한 바이브가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사람. 석사 과정 후 오슬로에 정착하고자 하나, 굳이 서두르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느긋하고 여유 있는 침착함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