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로바와 달리야

by 쏭스

퇴근 후 밥을 먹고 있는데, 별안간 이로바와 달리야가 소환되었다. 그들은 마지막 학기 내 플랫 메이트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에, 사이좋게 지내던 그 둘의 모습이 별안간 스치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다.


러시아 이르쿠츠크가 고향인 이로바는 바르셀로나를 거쳐 오슬로로 왔다. 달리야는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노르웨이 정착을 목표로 경제 금융을 전공하고 있다. 같은 러시아권이라 그런지 둘은 처음 만난 사이였음에도 죽이 잘 맞았다. 달리야가 러시아를 할 줄 알아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 그들이 나는 가끔 성가시고 불편했다. 저녁마다 그들이 불러낸 친구들로 키친이 가득 차서다. 낯선 이들로 꽉 찬 키친에서 음식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어찌나 밉던지. 코로나로 꼼짝없이 방에 갇혀 논문 마무리 작업을 해야 했던 때라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내가 오슬로를 떠날 무렵에야 비로소 이로바와 친해졌다.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불친절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쪽 문화권 사람들의 보편적 표정이었다. 이렇게 늦게 친해져 버리다니.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없다. 우리는 송스반 호수 인근 깊은 숲길로 들어가 오래도록 트레킹 하며 많은 얘길 나눴다. 러시아와 한국에 대한 얘기들로 오디오 공백이 없을 만큼. 어린 시절 자주 먹었던 도시락 라면과 초코파이, 한국 화장품을 좋아한다는 얘기 등 러시아 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는 걸 이로바를 통해 실감 나게 들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서로라서 영어로 말하는 게 외려 더 잘 들리고 편했다고 해야 할까?


이로바는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을 줄 안다. 뭐랄까? ‘정’이 있는 친구다.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나라란 걸, 뭔가 모를 정서로 알 것도 같다. 무뚝뚝하지만 츤데레적인 사람들이랄까?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게 아쉬울 뿐이다. 그녀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살 생각이 없단다. 그곳의 마초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싫다고 한다. 유럽으로 터를 옮겨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이로바를 응원한다.


달리야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노르웨이에 정착했을까? 우크라이나에 있는 그녀의 가족들은 무사할까? 우크라이나인들의 속 타는 마음이 그저 까마득할 뿐이다.


오슬로에서 마음 맞춰 끈끈하게 지냈던 둘인데, 각자의 조국이 서로 전쟁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한 때 마주한 인연들이 얽혀있는 나라라서 더욱 마음이 쓰리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사이좋게 오슬로에서 살고 있을까? 이로바와 달리야의 앞날을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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