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와 방콕에 걸친 이틀 간의 대여정 끝에 드디어 오슬로 가르덴 모 엔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기숙사가 있는 마을, 크링쇼로 가면 된다. 그곳, 슈퍼마켓 키위 건물에 있는 SiO 사무소에서 방을 배정받으면 된단다. 한국 교환학생의 블로그에 실린 친절한 안내글대로 공항에서 중앙역으로, 송스반행 전철을 탔다. 드디어 도착한 크링쇼.
어랏!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SiO 사무실이 없다. 무슨 영문이지? 왜 없는 거지? 분명 있다고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사무실은 이미 몇 년 전에 오슬로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블린던으로 옮겼단다. 삼 년 전 블로그 내용을 철석같이 따른 내가 정말 한심스럽다. 또 이러다니. 삼일 연속 쓰리 콤보 삽질이다. 오슬로대학교에서 보낸 안내 메일을 자세히 읽지 않고 블로그만 봤던 게 패착이다. 영어로 된 문서 자체가 익숙지 않다 보니, 그냥 건너뛰고 한국인 블로그에 의지한 거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얼마나 개고생을 하게 되는지 오슬로 첫날부터 또 실감한다. 커다란 백팩에 양손 가득 이민 가방과 캐리어를 잡은 체 낑낑대는 내게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블린던 캠퍼스로 가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인류학도라고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네 정거장을 거슬러 드디어 도착했다. 오슬로대학교가 있는 블린던은 온통 초록 세상이다. 캠퍼스 한가득 울창한 나무와 잔디, 한적한 평화로움 속 SiO 사무실만큼은 인산인해다.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로 붐빈다.
이제 기숙사만 지정하면 된다. 기숙사는 오슬로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오슬로 시에서 운영한다. 시내 곳곳에 단지가 여러 개 있고,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섞여 산다. 방은 기본적으로 일 인실이되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느냐, 개별로 쓰느냐, 부엌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 나는 송스반 호수를 끼고 있는 크링쇼 마을의 개별화장실이 딸린 방들 중에서 전망 좋고 조용한 방을 요청했다. 그렇게 얻게 된 내 보금자리, 이젠 다 된 거 맞겠지? 더 이상의 삽질은 없는 거 맞지? 양손 가득 이민 가방과 캐리어, 백팩을 메고 다시 전차에 오른다. 이번에는 부디! 별일 없기를!
노르웨이 오슬로하고도 크링쇼라는 작은 마을의 기숙사 단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학생 대여섯이 하나의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플랫 형태의 기숙사가 대부분이다. 방 문을 여는 순간, 통창 너머 노르웨이의 숲과 하늘만 보인다. 진짜 전망 좋은 방이구나! 짐을 풀었다. 지구 반대편에 드디어 좌표를 찍었다. 삼 년 동안 안식처가 되어준 곳, 벽을 가득 채운 창문 너머로 사시사철 붉게 노을 지는 하늘, 겨울 내내 눈 덮인 산, 한여름 빽빽한 숲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노르웨이의 숲이다. 여기서 잘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