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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 Jan 04. 2024

미니멀 라이프 : 나를 알아가는 시간 01

옷 :: 꺼내기, 구분하기, 버리기, 수납하기

 

 개인의 미니멀한 삶은 그들의 가치관과 필요에 따라 다양합니다.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깨끗한 옷장과 단순한 생활환경이 미니멀의 시작일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간소화된 삶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이루어지는 여정입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소유물을 줄이고 단순화하여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와 관심에 집중하고, 물질적 소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의미합니다. '소유하다'는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정말 필요한 것들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만족과 충족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개인의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는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간소화된 여정을 함께 나아가봅시다.


 포스트 하단에는 부제목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수행 실천 TIP을 기재해 두었습니다. 독자님의 미니멀 라이프 실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혼자 살기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였으나, 그때 나는 여전히 본가의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관리비와 생활에 드는 고정 지출은 모두 내가 내었으니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도 자취는 자취였으나 완전한 독립이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대학 때문에 고시원에서 살게 되었을 때에도 완전한 자취는 아니었습니다. 매번 여름, 겨울이 바뀔 때마다 본가에 보관 중이던 계절옷과 냉난방기를 교체했으니까요. 그러니 내가 완전한 독립을 이룬 것은 이번 전셋집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본가에 있던 내 방의 가구들, 내 소유의 모든 짐을 이끌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나라는 인간이 지고 살아온 '짐'의 크기를 제대로 마주한 것이요. 짐이 아주 많았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곳 전셋집은 사람 한 명이 소박하고 아담하게 살기에 적당한 작은 평수의 1.5룸입니다. 아파트였던 본가의 방에 무리 없이 들어갔던 원목 가구 세트를 배치하는 데에도 3D 인테리어 시뮬레이터를 붙잡고 두어 시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슈퍼싱글 사이즈의 침대와 옷장, 책상 위에 놓여야만 했던 낮은 책장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책상과 서랍장은 거실로 나뉘어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거실에 아주 커다란 이사박스 네 개가 놓이자 발 딛는 것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포화상태. 포화상태의 가시화였습니다. 


 내가 놀랐던 것은, 박스 네 개중 세 개 분량의 짐 전부 의류였다는 점입니다. 나는 다양한 패션을 추구하며 옷을 입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에 고시원에서 생활할 때에도 빽빽한 옷장에서 겨우 옷을 꺼내 입고 낑낑대며 옷을 집어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옷과 패션 소품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계절 모든 짐을 모아두니 상상을 웃도는 양이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당장 이 짐을 보관할 공간도 충분치 않거니와 이대로 두었다가는 방안의 침대까지 가는 길도 불편했기에 어떻게든 빠르게 상황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곧바로 주변에 의류수거함 위치를 검색하고, 헌 옷을 수거하는 업체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의류수거함이 있었기에 박스에 쌓인 짐들을 바로 구분하여 옮겨 담고자 했습니다. 박스 안에 쌓인 옷을 바닥에 쏟아냅니다. 빈 박스 세 개에 임시로 카테고리를 붙였습니다. 안 입는 옷, 가끔 입는 옷, 자주 입는 옷. 당시의 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밀리의 서재를 통해 미니멀라이프와 정리 습관에 대해 종종 찾아보고는 했으니 이때다 싶었던 겁니다. 마침 내가 배운 걸 실천할 수 있겠다, 한걸음 더 미니멀라이프에 다가갈 수 있겠다. 그런 마음으로 옷무덤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상태가 괜찮은지, 너무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살폈습니다. 옷을 깨끗하게 입는 편이기도 하고, 학생때와 골격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아서 오래된 옷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런 옷을 보니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반면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옷이나, 받고서는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들도 있었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거나 입어야지 하면서도 깜빡 잊고 있었던 옷들입니다 


'버리기 아까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하. 이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 옷을 버리지 못했구나. 깨달았습니다. 옷정리를 인생 처음으로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 옷들은 이전에도 한번 옷장정리를 마음먹었던 내가 보류 딱지를 붙였던 옷이었습니다. 미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다시 보류 딱지를 붙이고 나면 그다음에는 내가 이 옷을 버릴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버리다'의 기준이 모호했기에 하나에 미련이 생기니 다른 것들에도 줄줄이 미련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내게 도움이 된 정리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계절에 입지 않았던 옷은 과감하게 버려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법칙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는 이 모자 하나, 옷 한 장 버리고 나면 나중에 아쉬울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자신이 물건을 버린 것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는데, 과연 나도 그들처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날 의류수거함으로 보낸 옷들은 박스 1.5개 분량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거실은 보다 쾌적해졌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자주 안 입는 옷'과 '자주 입는 옷' 박스가 남아있었습니다. 한번 내보내니 왠지 모를 후련함과 용기가 났습니다. 어차피 지금 남아있는 짐도 이 집의 공간에 비하면 포화상태이기는 매한가지이기에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몰아세우며 분류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한 어디서 선물 받은 비싼 파티 드레스나 유행이 모두 지난 옷들을 보고 있다 보면 이래저래 난처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옷장과 서랍장 안에 들어갈 옷을 엄선하는 데에는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생활용품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퇴근하고 귀가한 채로 오래 고민하며 옷더미를 뒤적일 시간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상수행 중 짬이 나는 시간에는 남은 짐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쩌다가 그렇게 많은 짐들을 떠안고 살아왔던 걸까요?


 나의 경우, 원인은 이러했습니다.

1. 그동안은 공간의 제약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살았다.

2. 물건에 얽힌 추억.

3. 공간이 비어있으면 미약한 허전함을 느꼈다.


 종합하자면, 굳이 물건을 버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독자님은 어떠신가요? 물건의 필요성과 가치, 감정적 연결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고, 지금은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버릴 옷들을 얼추 버리고 나니 다음은 수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처음에는 옷의 형태별로 나누어 보관했습니다. 상의, 하의, 외투, 원피스. 상의의 하위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후드와 카디건, 니트, 애매한 아우터들을 한번 더 계절별로 나누어두니 꺼내 입기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옷의 재질별, 계절별로만 구분하여 수납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상의와 하의 셋업 의상의 보관이 애매해지고, 자꾸 경계가 흐트러져 불편을 겪었습니다. 수납에 정답은 없다지만, 나에게 최적화된 배치를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던가요. 그러나 이 과정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데 꼭 필요한 훈련 과정이었습니다.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버려야 할 것이 아직 많아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옷을 많이 버렸다지만 패션 소품도 많이 남아있었죠. 가령 모자 말입니다. 캡 모자, 빵모자, 베레모, 비니, 버킷햇, 볼캡. 디자인도 다양하지만 색상도 그날의 기분 따라 패션의 분위기 따라 골라 착용할 수 있게 형형색색으로 참 많았습니다. 


 이쯤에서 나는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나의 패션이냐, 주거공간의 쾌적함이냐. 물론 미니멀리즘의 실천이라는 것은 점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스스로 타협 가능한 선의 물건만 미련 없이 버리기로 마음먹고 일주일에 한 두벌씩만 의류수거함으로 보냈습니다. 그건 이사를 오고 나서 두 달이 지난 시점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버릴 옷을 고르다가 이사 첫날을 떠올려보니, 맨 처음 버렸던 옷들은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1.5개 박스 분량의 옷더미 말입니다. 버릴 때에는 그렇게 큰 고민을 하게 만들더니, 지금 와보니 그저 후련함과 쾌적함만 남기고 떠난 게 맞았던 겁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부터 나는 버리는 일에 거침이 없어졌습니다. 패션은 잠시 미뤄두기로 한 거지요. 언젠가 꼭 드레스룸이 딸린 집에 살겠다는 꿈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기운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기도 합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니 많은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뭘 입을지 15분씩 고민하며 넘쳐나는 옷더미에 둘러싸여 살지 않게 되니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되고, 남은 에너지를 나를 가꾸는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옷과 패션 소품의 어지러움이 줄어들면서, 물건들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일이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찾기가 쉬워지면서 편리성도 늘었습니다. 가장 의외의 변화는, 구매에 대한 접근과 태도가 변화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진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새 물건을 들이는 일에도 전보다 더 신중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진정 중요시 여기는 가치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입모아 이야기하던 미니멀라이프의 장점이 체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TIP.


1. 꺼내기

모든 옷 꺼내기: 옷장, 서랍, 수납공간 등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어 하나의 공간에 모아두세요. 옷을 꺼내면서 종류별로 구분해 보세요. 상의, 하의, 외투, 액세서리 등으로 나누어봅니다.

계절적으로 분류: 계절에 맞는 옷을 먼저 선택하여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계절에 필요한 옷을 우선적으로 살펴보세요.


2. 구분하기

사용 빈도에 따라 분류: 옷을 자주 입는 것부터 가장 적게 입는 것까지 나열해 보세요. 자주 입는 옷은 남기고, 잘 입지 않는 옷은 따로 분류합니다.

사용 상태 확인: 옷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선이나 세탁이 필요한 옷들을 별도로 정리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옷이 잘 어울리지 않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유행인 퍼스널 컬러와 퍼스널 체형에 맞추어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버리기

의미 있는 기준 설정: 자주 입지 않는 옷, 비슷한 스타일의 옷, 크기가 맞지 않는 옷 등을 고려하여 버릴 옷을 결정하세요.

기부 또는 재활용: 버릴 옷들을 기부할 수 있는지 확인하거나, 옷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중고로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착용 빈도 고려하기: 옷을 한 번도 입지 않았거나 반년 이상 입지 않은 옷, 계절이 지난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은 다시 입어볼 여지가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정리 대상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의사 결정을 미루지 말기: 과도한 고민 없이, 마음이 내려지는 대로 바로 결정하는 것이 미니멀한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4. 수납하기

정리 방법 선택: 옷장, 서랍, 수납 박스 등을 활용하여 남은 옷을 정리합니다. 캠핑용 홀딩 박스나 리빙 박스 등을 활용하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가시성을 고려: 자주 사용하는 옷은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사용 빈도가 적은 옷은 보관하기 적합한 곳에 보관하세요.

용도에 맞게 분류하기: 옷의 종류나 사용 용도에 따라 수납공간을 나누어 보관하세요. 

정기적인 리뷰: 3~6개월마다 옷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니멀한 옷 정리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단순하고 깔끔한 옷장과 생활환경을 만들어내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이러한 프로세스를 진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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