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우리 Oct 12. 2020

이럴 거면 차라리 꼰대가 될걸 그랬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4)

요즘 리더들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부하직원 눈치를 많이 본다. 나 역시 그렇다. 특히 수평 조직 문화에서 피드백을 줄 때도 바로 지적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2~3번 참다 얘기하는 편이다.


입퇴사가 빈번한 시대에 팀원이 갑자기 그만두는 일도 팀장 입장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1개월 근무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업무가 아니라며 부서 전배를 시켜달라는 일도 있고, 6개월 만에 갑자기 그만두는 일도 있다. 오래 함께 일하고 싶지만 내 바람대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번 부하직원이 이직할 때 속상했던 적이 있다. 평소에 일을 잘하고 말도 참 예쁘게 하던 직원이었다. 그런데 이직한다고 말하기 한 달 전쯤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그때는 이직할 거라 상상도 못 하고 달라진 팀원의 태도에 당황했다. 지시한 업무에 자꾸 토를 달았다. 질문을 하지 않는 것보다 질문을 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일일이 다 설명을 해줬다.


그런데 왜 내 기분이 나쁘지?

내가 꼰대인가?


불편한 기분에는 이유가 있다. 직장 생활 한두 번 하나. 직원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입사한 지 1년이 안되었기 때문에 내 느낌일 뿐이겠지 애써 덮었다. 그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소통하려고 혼자 애썼다.


이때 상황을 기록한 글이 '좋은 직원을 만나는 방법'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글을 썼을 때 팀원은 우리 회사보다 더 규모가 있는 회사로 내 친구의 오퍼를 받고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내가 쓴 글을 봤다고 얘기한 친구의 말에 더 분노가 일어났다. 차라리 애나 쓰지 말 것을. 이미 마음 떠난 직원의 속도 모르고 소통하려고 애쓴 것이 너무도 헛헛했다. 혼자 바보 같았다.


무엇보다 그때 팀원 1~2명으로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입사한 지 10개월밖에 안된 직속 팀원을 데려간 것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 ‘그렇게 데려갈 직원이 없나?’ 이직한 지 1년이 안되었기에 그 친구의 추천 없이는 채용절차 진행이 어렵다. 그만큼 그 친구가 야속했다.


물론 이직을 결심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회사 브랜딩, 급여, 업무 여건 등 팀장의 역량만으로 줄 수 없는 것들로 의사 결정을 한다. 모든 것이 팀장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업무 특성상 남자 많은 조직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팀장이 꼰대처럼 할수록 뒤에서 어떤 욕을 할지는 몰라도 앞에서는 직원들이 팀장한테 더 잘한다는 사실이다. 토도 달지 않고 일을 한다. 팀장의 성격이 강성일 수록 잘못 행동하다가 업계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이직도 쉽게 못한다. 어쩔 수 없이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팀원의 자율권을 주고, 업무에 어떤 애로 사항이 있는지 물어보고,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리더의 역할이라 믿고 팀원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팀원이 1년도 안돼서 이직하니 외부에서는 내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소문까지 났다. 친구와 팀원 때문에 속상한데 이런 오해까지 받으니 그 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다 부질없다고 좌절하고 분노하기도 하였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욕먹고 팀원이 떠날 거면, 가르치지도 말고 너무 참지도 말걸. 사회에서 만난 동료도 팀원도 모두 이해관계에 움직이는데 왜 그렇게 고민을 했을까? 나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내가 큰 회사에 있지 않아 역량 있는 팀원을 뺏겼다는 생각에 차라리 내가 권력을 갖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는 안다. 노력한 것까지는 내 몫이고, 결과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음을. 한때는 좌절도 했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했던 내가 기특하다. 어제보다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 내 자신을 더 이상 자책하지 않는다.


꼰대라고 생각할까 봐 너무 팀원의 눈치도 볼 거 없다. 팀장도 사람이다. 자신을 믿고 팀원과 일하면서 불편한 건 불편한 그대로 솔직하게 피드백하자. 회의에 집중 못하고 있으면, 회의에 집중해 달라고 말하면 된다. 같이 일하는데 필요한 소통을 상호 예의 있게 하면 된다.


늘 부족한 팀장이라고 생각하고 어제보다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코칭 수업도 받으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헛된 노력이 아니다. 한순간 결과가 좋지 않다고 좌절하지 말자. 잘한 일까지 부정하지는 말자. 내가 알지 않는가?


오히려 아픈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직원이 작년 말에 퇴직한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내가 성장한 만큼 조직에서 더 큰 역할도 맡고, 팀원도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손발이 잘 맞는 역량 있는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친구가 나에게 해 준 말이 있다.


‘아무도 너 안 도와줘. 그냥 독고다이 해~’


팀장은 원래 외로운 길이다.

나 스스로를 돕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돕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