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2)
리더십 수업을 받는 중 ‘내 마음의 벽 허물기 미션’을 과제로 받았습니다. 리더십 수업과 마음의 벽은 무슨 관계일까요?
미션의 내용은 ‘마음의 벽이 있는 사람과 꼭 풀고 오기’였습니다. 미션을 받고 2~3일을 망설이다가 퇴근길에 눈딱 감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의 벽 허물기 대상은 시아버님이었습니다.
전화드리기 전까지 저와 시아버지와의 관계는 현재 나쁠 것도 없이 겉으로는 평화로운 사이였어요. 이 적절한 거리가 저는 딱 좋았습니다. 저에게 나쁜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기대도 없으셔서 편했습니다. 그래도 가슴 한편에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50대 50!
가만히 있으면 관계는 그 자리인데, 잘 될 수도 있는 기회면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더 어색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보내드린 사진 보셨어요? 저는 이 사진의 웃고 있는 아버님의 모습이 참 좋았어요.
제가 수업을 받고 있는데 가장 풀고 싶은 사람과 꼭 풀고 오라는 숙제를 받았어요. 이때 가장 먼저 생각난 분이 아버님이었어요.
저는 아버님이 화가 나셨을 때 제가 인성이 나쁘다고 말씀하셔서 저를 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줄 알았어요. 문자에 늦게 답했다고 ‘아버님이 너는 동생만도 못하냐’고 뭐라 하셔서 문자를 늦게 보냈다고 저를 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오해해서 죄송했어요.
아버님이 저를 아끼고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은 사진 속의 저를 보고 웃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가 있었어요. 저는 이렇게 활짝 웃는 아버님 모습이 참 좋습니다.
이런 제 마음은 꼭 전하고 싶어서 용기 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아버님과의 벽 허물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용기 내서 아버님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저를 칭찬합니다.
하지만 설마설마했던 아버님의 피드백에 아팠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버님과 통화를 끊고 집에 올라가면서 신랑을 보니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버님과 통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한테 대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지금 상황이 딱 좋았는데 저에게 왜 전화를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어색해지더라도 내 마음, 진심은 아버님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 마음을 제대로 아버님에게 전달하지 못한 부분은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 것 같다. 후회는 없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아버님이 이번에 제게 다시 하신 이야기에는 예전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일흔이 넘은 아버님이 갑자기 제 말 한마디에 변한다는 것이 어쩌면 내가 기적 같은 일을 바랐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벽 허물기 도전에 대해서 같이 수업을 듣는 같은 조 리더님 한분과 오늘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리더님은 아직 벽 허물기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벽 허물기 대상이 상사인데, 전혀 이런 마음을 모르고 있는데 얘기를 꺼내는 순간 어색해질까 봐 못하시고 계셨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제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리더님은 자신을 위해서 도전할 용기가 나셨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도전 자체가 의미 있음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큰 용기를 냈다고 저를 칭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리더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님의 생각을 제가 바꿀 수도 없으며, 제가 굳이 바꾸기 위해 증명하고, 설득하려고 하는 노력이 의미 없음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아버님의 생각일 뿐, 저라는 사람은 그대로 존재함을 다시 한번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생각에 대해 '사실과 해석'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사실은 같을 수 있으나, 해석은 아버님의 몫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요. 저의 몫은 제 진심을 전하는 데까지임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지 못해 다음과 같은 해석의 오류가 생겼습니다. 해석의 오류는 인간관계를 그르치게 합니다. 저는 저의 잘못된 해석에 대해서 사과를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아버님이 화가 나셨을 때 제가 인성이 나쁘다고 말씀하셔서 (해석) 저를 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줄 알았어요. 문자에 늦게 답했다고 ‘아버님이 너는 동생만도 못하냐’고 뭐라 하셔서 문자를 늦게 보냈다고 저를 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오해해서 죄송했어요.
다른 리더님들도 제 후기를 보시고 정말 큰 용기를 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생각해보니 가족이니까 저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은 용기가 더 났던 것 같아요. 그만큼 간절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회피가 아닌 마주 보기를 통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리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과 도전과 실천을 통해 통찰을 얻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아프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는 방법을 몸과 마음으로 배웠습니다.
사실과 해석(오류)을 분리하는 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과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을 분리하는 일! 이것이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정말 고통 없이 깨닫기는 어렵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