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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Sep 14. 2020

부하직원 덕분에 효자가 된 팀장 이야기

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나, 나는 직원들 때문에 효자 됐어!


"무슨 말이야?"


전화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서 '효자'라는 단어를 내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최근 내가 신수정 박사님의 리더십 수업을 받은 이야기를 열심히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효자라니!


내가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만난 동생은 연봉보다 커리어를 위해 우리나라 최대 인프라를 갖춘 그룹사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더 큰 연봉을 주는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실력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분명했다. 같이 근무하던 5~6년 전 그 당시 대리였지만, 워낙 출중한 실력으로 이미 회사 내 사내 강사도 하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 체력, 발표력, 실행력, 추진력 모두 뛰어나다는 것이다. 세상 불공평하게 인성도 좋다.


예전에 내가 큰 발표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내 주변에서 가장 발표를 잘 한 사람이 바로 그 친구였다. 중요한 발표였기에 그 친구에게 발표 내용을 봐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어려운 IT보안을 그룹 임원들에게 발표를 했어야 했는데, 보안을 모르는 입장에서도 내용이 잘 전달되는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발표도 마찬가지이다. 30분 정도 봐줬었는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짚은 조언 덕분에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쳐서 대표이사님으로부터 감사 메일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친구에게 받은 노하우 중 하나가 들어간 글이 바로 '발표 못하는 사람이 발표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글에서 말한 2번의 사례이다. 발표 내용을 외우지 말 것! '발표 자료(슬라이드)에 있는 단어로 한 문장을 만드는 것'의 노하우를 알려준 친구이다.


일잘 친구는 이직하자마자 팀에서 반년만에 그 해 최고의 성과 S를 받고, 프로젝트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본인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일함에도 불구하고, 워낙 출중한 실력이라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는다. 남들보다 일찍 와서 일하고, 늦게까지 일한다. 주변에서 함부로 그 친구의 성과를 폄하하기도 어렵게 만들 정도로 시간과 역량을 갈아넣기에 감히 따라갈 수도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누군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하면 이 친구가 생각난다. '고수는 핑계를 대지 않는다!'


현재 20여 명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늘 자신감 넘치게 일하는 그였기에 사실 리더십의 고민 없이 잘 일하는 줄 알았다. 오늘 이 말을 하기 전까지! 2~3명 데리고 일하면서도 많은 일들이 있는데, 20명의 팀원을 데리고 일하면서 그라고 왜 힘들일이 없었을까?


'누나, 나는 직원들 때문에 효자 됐어!'라는 말에는 참 많은 의미가 있다.


최근 친구가 직원 20명을 리딩 하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타인인 직원들도 있는 그대로 보듬으려고 하는데 왜 부모님을 완벽한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을까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부모님을 인정하지 못하고 뭐라만 했던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뒤로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부모님을 그대로 수용하니 효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심적 변화가 있은지 1~2개월이 지난 후에 아래와 같이 어머니로부터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허락을 받아 일부 공유한다.)


[동생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 중 일부 발췌]


나는 그냥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나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변명도 했지만 진짜로는 참말 너희에게 미안한 엄마였음을 이제는 인정하고 싶구나.


누구나 한 번은 다녀왔다는 캐리비안베이 물놀이 공원 한 번을 데려가 주지 못한 무심한 엄마였음을 용서받고 싶구나


너희는 이미 용서하였겠지만~

네가 내게 왔음이 내 최대의 복덕이었다.

그리고는 ~~

네가 나라는 엄마를 받았음이 너의 최대의 불행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주기를 또 염치없는 기대를 해본다.


내 아들 00아~ 젊은 시절에는 너희들 곁에서 하루하루 견디는 것만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해. 그때 너무 힘도 없고 겁도 많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지질하고 해서 엄마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단다.


너희들 곁에서 견디는 외에...


그런 엄마를 보면서 영리했던 울 00 이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어서 너에게 받고 있는 사랑이 염치없다 싶은 거지~


(생략)




이 글을 읽는 내가 눈물이 터졌다.


사람이 참 바보 같다. 우리 부모님도 인간일 뿐인데, 자식은 부모님한테 완벽한 부모님의 모습을 바랄 때가 있다. 때론 잘되기를 바라는 맘에 자식에게 완벽함을 바라는 부모도 있다. 가족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다가 서로 알게 모르게 서로의 부족함으로 상처를 준다. 어쩌면 서로의 곁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이미 온전한 상황임을 함께 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최근에 리더십 멘토링을 받는 과정에서 어렸을 때의 상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고 컸다 하더라도 누구나 상대적인 결핍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핍으로 인해 성장도 했지만, 사회에서 겪었던 힘든 상황으로 인해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좋은 성향들을 오히려 부정하기도 했었다. 세상 사는데 힘들게 하는 성향이라고 잘못 인식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조그마한 원망의 씨앗이 자라기도 했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다름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수용하게 되는 과정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그저 사람에게 선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다. 인간은 실수도 할 수 있는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저 존재 자체로의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최근에 머리로 배웠는데 일잘 동생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역시 난 놈이다.


고통이 없으면 깨닫기 힘들다. 그동안에 그가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리더십은 흔히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올바른 방향은 있다.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기에 '인간에 대한 존중'을 깨닫지 못하는 리더는 성과는 낼 수 있어도 자신도 타인도 살릴 수는 없다.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가족을 살리는 동생을 보니 앞으로의 그의 성장이 더 눈부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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