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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Jan 30. 2018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직장 리얼스토리


여러분이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괜히 어깨도 주물주물하고, 허벅지도 슬쩍슬쩍 만지고, 엉? 그런 거? 알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소설 속 면접이야기


이 질문은 2017년에 화제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김지영'에게 중년의 남자 이사가 던진 면접 질문입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김지영'을 포함한 면접자 3명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첫 번째 면접자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자료를 가지고 오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두 번째 면접자

"명백한 성희롱이며 그 자리에서 주의를 주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세 번째 면접자

"제 옷차림이나 태도에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보고, 상사분의 절절치 못한 행동을 유발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습니다."


소설 속 김지영은  첫 번째 면접자였습니다. 세 번째 면접자의 답변을 듣자마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씁쓸해합니다. 한편으로는 저런 대답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후회하고, 그런 자신을 한심해합니다.


결국 김지영 씨는 이 면접 전형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혹시 이 면접의 대답 때문이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인사과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합니다. 대답 하나가 당락을 좌우하지 않았을 거라는 인사 담당자 답변에 조금은 위로받습니다. 그리고 함께 면접을 본 두 사람의 합격여부도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른 두 사람도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면접이라고 이딴 질문하는 것도 성희롱이라고! 남자 지원자한테는 이런 질문 안 할거 아냐?'라고 혼자 거울을 보며 김지영은 혼자 울분을 토해냅니다. 자다가 이불 킥도 하고요. 저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먹먹했습니다. 안 뽑을 거면 상처는 주지 말지...


그리고 갑자기 잊고 있었던 대학 졸업 후 첫 면접이 떠올랐습니다.




현실 속 면접이야기


나이트에서 밤늦게까지 잘 놀아요?


사무직 직원을 뽑는 면접이었는데, 이 질문을 받자마자 전 얼음이 되었습니다. "아... 아니요."

"우리 일은  체력을 많이 요하는 일이라 그런 체력이 있는 직원이 필요합니다."

이게 질문의 요지랍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욕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에 왔을 텐데, 사회 첫 면접이라 끝까지 참고 면접을 봤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모멸감과 아무 말 못 한 무력감에 펑펑 울었습니다.


물론 옛날 옛날이야기입니다. 17년 전 일이니 소설 속 김지영 씨보다는 4~5년은 앞선 시기에 실제 겪은 일입니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이런 민감한 질문을 면접 시 하면 안 된다는 것은 회사에서도 잘 압니다. 그래서 간접적인 형태로 질문이 들어옵니다.


Case 1 : 지원자님,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질문드리는데요, 혹시 결혼하셨나요?... 그럼 자녀는 있으세요?

2016년 모 대기업 2차 면접(임원 면접)을 보고 난 후의 일입니다. 인사팀에서 유선상으로 2차 면접 합격 통보와 함께 최종 면접(대표이사 면접) 일정을 잡으면서 물어봅니다. 인사팀 담당자분이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했을까요? 요즘에는 이력서에 결혼 유무, 자녀 유무를 기록하지 않으니 유선상으로 이렇게 확인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Case 2 : 00 씨!  상무님이 괜찮다고 하는데,  다만 하나 맘에 걸리시는 게 입사해서 아기를 가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하시는데?

선배가 추천한 경력직 면접을 보고 난 후, 선배를 통해서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대답을 원했던 걸까요? 제 가족계획(?)을 궁금해했던 이 회사 역시 대기업이었습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이 보장되었으며, 여직원 휴게실이 건물에 있는 회사입니다. 그래도 경력직 채용할 때에 돌아 돌아 물어보더군요.


압박 면접, 심층 면접, 인성 면접 등 여러 형태의 면접에 익숙하기도 하고, 면접관으로도 참여하기도 한 입장에서 특별하게 힘들었던 면접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은 들을 때마다 익숙하지도 않고, 참 씁쓸합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82년생 김지영' 소설에 대한 비평 중 '현실보다 과장되었다'라고 한 평을 보고 저는 놀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 현실이 그렇다고 느끼는 세상이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고심하여 면접 질문을 만듭니다. 이 질문을 받는 면접자들은 간절한 심정으로 혼심을 다해 답변을 합니다. 그래서 질문 하나하나가 면접자들에게는 더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 후 결과를 통보받으면, 소설 속 '김지영'처럼 특정 질문에 답을 못해서 떨어진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일부 성숙하지 못한 면접관들을 만나서 아직도 마음의 상처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 일로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나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회사와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니까요. 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맞는 회사 만나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올해는 상처 주지 않는 좋은 면접 질문받아 잘 답변하셔서, 소설 속 '김지영'처럼, 저처럼 이불 킥 하는 분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By. 하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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