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는 방법
IT 직종 증가해도 여성 비율 ‘제자리걸음’
2016년 경영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IT 분야 일자리는 지난 2010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IT 관련 직업을 가진 여성 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IT 분야에서 여성이 오래 못 버티는 구조이다. 지난 2014년 IT업계에 입사한 첫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45% 정도 높다고 집계됐다. 보고서는 IT 분야 특성상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남성을 선호하는 문화가 강하고, 이 점을 여성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 주간현대 2016.03.21. 기사 中
우리나라 현실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9세 이상 이공계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전문대 졸 70.5%, 4년제 대졸 68.3%로, 남성보다 각각 10%, 7% 낮은 수치로 조사되었습니다.
IT 분야에서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상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공대부터 직장생활까지 약 20년 동안 IT 분야에서 홍일점으로 있으면서, 남성 위주의 IT 조직에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IT 분야에서 계속 일하다 보니, 어느새 팀장으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드문 여성 팀장이라 저에게 진로 고민을 털어놓는 여자 후배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IT분야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는 방법 7가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환경을 탓하기 앞서 실력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특히 기술이 급변하는 IT 분야는 공부하는 습관을 갖고 있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수입니다. 회사에서는 성별을 떠나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으면 인정받지 못합니다.
'내가 여직원이라 무시당하고 있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본인을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현재 실력이 부족하다면,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지금부터 공부하면 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혹시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면, 아직도 남자가 많은 조직에서 나 혼자 '여자의 언어'로 대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감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여성이 특히 남자 직원이 많은 IT 조직에서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이 의사 전달 방법입니다. 결과와 문제 해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 상사나 동료와 얘기할 때에는 결론부터 말하고 사유를 간략히 얘기하면 됩니다.
직장 생활에서 기본은 문제를 정확하게 공유하고 보고하는 능력입니다. 상사와 동료에게 문제를 얘기할 때 과정은 그들한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풀어주는데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만 궁금합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상사와 동료에게 일하는 과정까지 공감받기를 원하는 순간 직장 내 인간관계는 꼬입니다.
조직 내에서 발표를 잘하면 같은 일을 해도 평가를 받는 데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여직원이 발표를 잘 하면 보수적인 조직에서는 더 놀랍니다. 여직원에 대한 낮은 기대가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무리해서 발표를 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보통 발표할 기회를 줘도 수줍게 손사래 치는 여직원 분들이 많습니다. 용기 내서 당당하게 말씀하세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회사 내에서 홍일점으로 일하다 보면, 조직에서 제2의 인맥이라는 끽연(흡연), 술자리 등에 참여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족한 사내 네트워킹을 채우기 위해 여직원들이 실수를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있습니다. 혼자서 업무를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완벽한 업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업무로만 성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 너무 꼼꼼하고 세심하게 업무를 처리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본인을 포함해 주변 사람을 본의 아니게 괴롭힐 수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해서 도움이 필요한 일은 도와 달라고 부탁하세요.
결혼 이후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위기를 다 극복할 수 없습니다. IT 분야는 다른 직군에 비해 야간작업이 많고, 갑작스러운 장애나 이슈 대응으로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두는 여직원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은 본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건이 돼서 여러분이 결혼 후에도 IT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시기 원하신다면, 상황을 이해해 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IT 분야에 여자 팀장이나 임원이 없다 보니, 성장할수록 불안합니다. 왠지 이 조직에서 내 미래는 실무자가 끝인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은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됩니다. 조직 내 팀장과 임원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어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남직원도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불안함을 뒤로하고 계속 자기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은 기회가 옵니다. 그 기회를 붙잡으면 됩니다. 회사에 여자 과장, 차장이 없으면, 내가 최초의 여자 과장, 차장이 되면 됩니다.
문제는 내가 먼저 한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보다 먼저 앞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일을 해 온 선배들 덕분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남녀가 같이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일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이 오면, '내가 여직원이라 이런 피해를 받나'라는 생각에 의욕부터 꺾였습니다. '어차피 내가 여자라서 기회를 주지 않을 텐데 열심히 하면 뭐 하나'라고 혼자 마음 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유리 천장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원하는 바를 알 수 없습니다. 저도 팀장으로서 일을 하면서 여직원들이 본인이 느끼는 어려움을 꺼낼 때, 말하기 앞서 감정에 휘말려 우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울어도 좋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불편한 것을 울더라도 표현하는 것이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자신을 믿고 원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맡겨주세요!"라고 말하고, 본인의 성과에 대해 당당하게 표현하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시면 됩니다.
IT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회사 내 업무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해당 분야의 외부 전문가와 교류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여직원들이 소극적인 편입니다.
주변에 아는 전문가가 없는데 어떻게 교류를 할지 막막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녁에 따로 모임을 가지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업무와 관계된 외부 교육이나 세미나를 참석할 때, 강연자와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업무 관련된 협회나 카페, SNS, 커뮤니티 가입을 통해서도 충분히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업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희망을 드리면, IT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 실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IT 분야에 꿈을 갖고 도전하시는 분에게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by. 하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