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우리 Feb 03. 2019

언제 좋은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될까?

프로이직러의 뜬금없는 고백

Quiz> '나쁜 남자'를 만난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는 과연 언제 그가 '나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요?
1) 친구들이 말해줄 때
2) 헤어지고 나서
3) 정월 초하루

<이민호/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中에서>

친구들이 말해줘도 한창 만날 때는 들리지가 않아요. 헤어지고 나서도 긴가민가 해요. 정답은 3번도 아닌 정말 나쁜 남자를 만났을 때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연애 이야기냐고요? 전 이 이야기를 읽고 연애와 회사는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회사를 다닐 때는 내가 다닌 회사가 좋은지 나쁜지 잘 몰라요. 특히 첫 회사인 경우에는 더 몰라요. 그런데 정말 나쁜 회사를 경험하면 알게 됩니다.


그때 회사가 정말 좋았구나...


이건 극단적인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이분법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니까요. 지난 회사의 장단점은 다닐 때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은 당연하고 단점은 불만이 되지요. 추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늘 자신이 현재 가지지 못한 것을 그리워하게 돼요.


간혹 지금 다니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고 일이 짜증 난다는 후배들이 있으면 실제 이력서를 한번 써보라고 조언해 드리고 있어요. 경력서를 기술하면서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계기가 돼요. 회사에서 어떤 일을 내가 했고,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 마음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력서를 작성해서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현재 시장에서 나의 가치와 내가 이직을 하게 되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실제 닥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몰라요. 과정 속에서 비교하면서 깨닫게 됩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직문화인지, 연봉인지, 커리어인지...


올해로 19년 동안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를 해봤지만, 저는 이 3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회사를 만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직하시는 분들에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예전에 있던 고민들은 분명히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대신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고민이 생겨요.


최근에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강단이(이나영 분)가 재취업 끝에 명함을 받고 사원증을 받으면서 감격해하는 모습을 봤어요. 저도 멋진 사옥이 있는 회사에서 카드키를 달고 다니는 직원들을 보면서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죠. 그토록 바라는 일이 사실 노동이었는데 행복하기만 할 수 없겠죠. 좋은 동료와 부딪힘 없이 내가 원하는 직무를 하면서 멋진 프로젝트를 성공하고 높은 급여만 받는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듯이 회사 일도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우리의 회사 고민은 끝이 없을 거예요. 퇴사할 때까지...


프로이직러였던 제가 보장합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나쁜 회사도 좋은 회사도 없었어요. 대신 치열한 직장생활이라는 여정 속에서 몰랐던 저를 하루하루 발견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힘든 직장 생활로 잠 못 이루는 당신!
부디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평안해지기를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민 질량 보존의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