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시작노트 / 피터 킴 지음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온 말입니다. <시작노트>의 저자 피터 킴님은 삶의 기본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왜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도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의 강연도 들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수없이 "왜?"를 질문했고 그는 결국 자신의 실행을 가로막는 두 가지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첫째는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마음
둘째는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우리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행에 못 옮기는 마음이 아닐까요?
피터 킴님의 <시작노트>는 실행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시도들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실패노트'입니다. 실패노트 2년 간의 여정에서 그는 꾸준함을 배웠고 실천하는 것의 두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행동하라.
<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 / 세스 고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피터 킴님의 삶의 여정이 담긴 '시작노트'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생깁니다. 이것이 피터 킴님이 말하는 나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그 시간이 아닐까요?
견고한 성을 정복하는 것은 대단한 전략이 아닌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시작노트>에서 만난 내 삶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준 에피소드 5가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대화 중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지 않는 것.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무수한 알림과 진동에 시간을 뺏긴다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꺼내 놓으면 왠지 "난 당신과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느낌을 주진 못할 것 같았다. <p.23>
이 작은 시도를 통해 피터 킴님이 얻은 변화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진 대신에 상대의 눈을 보며 온전히 누리는 대화의 기쁨을 그는 얻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많이 찔렸어요.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면서 수시로 스마트폰을 많이 봤습니다. 예의가 아닌 줄을 알면서도 그 사이 온 문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습니다. 하지만 나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나의 대화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으니 이렇게 염치가 없습니다.
항상 소중한 시간은 '지금'입니다. "당신이 소중해요."라는 백 마디 말보다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해 주는 행동 하나가 더 진실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기본을 다시 한번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점심 투어'
어떻게 내가 하는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니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른 사람과 일대일로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이 전부다.
<중략>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에게 점심을 먹자고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인사만 하던 사람들에게 점심을 먹자고 요청하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여기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생각보다 거절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뻐하며 흔쾌히 응해주었다. <p.33>
하루에 한 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시간, 한 달만 해도 20시간이라는 시간! 이 시간을 피터 킴은 '보너스 하루'라고 합니다. 이 하루를 활용해 그는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장에서 또 하나의 인상 깊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심리 상담을 하러 온 사람 중 90%에 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주제가 크게 2가지라고 한다. '나쁜 사람들'과 '불쌍한 나'. 그래서 상담 시간 내내 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느라고 이제부터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점심 투어'는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아닌가요? 그래서 저도 용기 내서 낯선 다른 팀원분들과 점심 약속을 잡아보았습니다. 역시 저의 제안에 어색해하셨지만 거절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나의 이야기보다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나의 이야기가 '나쁜 사람들'과 '불쌍한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를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하면서 꼭 지키자고 마음먹은 원칙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내와의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팀 회식이나 출장 등 불가피한 날을 제외하곤 지난 4년 가까이 이 약속을 지켜왔다.
...
모든 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늘 업무를 미룰 수 없으니 가족을 내일로 미루어버린다.
...
'가족을 위해서' 내리는 결정 중 대부분이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란 걸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p.46,50>
피터 킴님이 <경험수집잡화점> 온라인 모임 플랫폼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계셔서 다양한 분들과 저녁 약속이 많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4년 가까이 아내와의 저녁식사 시간을 지키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읽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 사회생활을 하려면 저녁 모임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 역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라며 남편과의 저녁 식사 시간을 미루기가 일수였습니다. 말만 가족이 소중하다면서 실제 행동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피터 킴님처럼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라는 저만의 원칙은 꼭 지켜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글을 매일 쓰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싫어하는 건 무엇이고,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었다. 지금도 나란 사람을 발견해가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바로 이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도, 많은 모임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계기도 바로 글쓰기였다. <p.89>
피터 킴님을 제가 알게 된 것도 페이스북 <하루 15분 독서 모임>, 브런치에서 쓰신 글 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피터 킴님이 가장 신기했던 것은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모임을 하기 전에는 30일 동안 매일 글을 써본 적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좋은 글쓰기를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용기 내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모임', '100일 동안 1주 1회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가 신청해줘서 꼼짝없이 같이 매일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
모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도 주 1회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기에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신기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그의 책에서 찾았습니다.
매일 글을 쓰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한 편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출퇴근길 꿀잠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매일 쓰는 글의 퀄리티이다. 이 도전의 목적은 대단한 글을 써 보자는 것이 아니라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p.91>
사실 퀄리티를 낮춘다는 것이 말이 쉽지 이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글을 잘 써야겠다는 욕심으로 한 편을 못쓰는 것보다 조금은 부족하더라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매일 글쓰기의 비결은 80%의 완성도만 채워져도 발행할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결국 30번을 결제한 중국어 전화 수업은 기한이 다 되도록 3번으로 끝이 났다. 이렇게 처절한 실패를 겪으면서 한 가지 깨닫은 게 있다면 무언가를 지속하려면 관심과 재미도 좋지만, 환경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
그래도 이 일 덕분에 다른 일을 시작할 때에는 무턱대고 시작하기 전에 내가 정말 재미있어하는가, 계속해서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영 실패만은 아닌 셈인가?
<P.178~179>
<시작노트>는 4개의 PART, 40개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PART의 마지막 페이지마다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 1~2개씩 있고 빈칸에 질문에 대한 답을 쓸 수 있습니다. 그중 제 마음을 울린 질문이 바로 '니하오! 유쾌하게 말아먹은 중국어 도전'의 에피소드가 있는 PART3의 질문이었습니다.
내가 하고자 했던 많은 시도들 중 진정 '나'를 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로지 '나'를 위해 시작해 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인상적이어서 독서모임을 할 때 다른 분들과 이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참석하시는 한 분에게서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책에 이런 질문들이 나오면 너무 부담스럽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답을 바로 적어야만 할 것 같아 힘들다는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과 대화를 하면서 "꼭 지금 답을 안 적으셔도 될 것 같아요. 이 질문이 내게 다가왔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살면서 나만의 해답을 적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실 적을 수 없어도 상관없고요."라는 말씀을 해 드렸습니다.
어쩌면 이 말은 그분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도 진정 '나'를 위한 시도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이렇게 멋진 질문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설레고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