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우리 Feb 25. 2018

나에게 '작은 숲'이 되어준 영화

영화 - 리틀 포레스트 (2017) : 브런치무비패스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영화

  

임순례 감독의 기대작 '리틀 포레스트' 시사회를 지난 2월 20일에 다녀왔다.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만화적 감성이 영화에 듬뿍 묻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일상의 고된 삶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은 판타지가 있다. 그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이다.


*이 글에 사용된 영화 이미지는 Daum 영화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배가 고팠어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그 해 겨울에 고향에 내려온 혜원(김태리)에게 고등학교 동창 은숙(진기주)이 묻는다.

"왜 내려온 거야?"

혜원은 말한다.

"배가 고파서 내려왔어"


큰 성공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상을 포기하면서 사는 걸까?


혜원은 서울에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끼니는 매번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수였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배가 고팠었다. 아무도 없는 빈 고향 집에 돌아오자마자 혜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위한 맛있고 따뜻한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다.


혜원이 만드는 음식을 보면서 마치 TV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삼시세끼'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현대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실현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연예인들이 직접 정성 들여 만들어 먹는 음식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삶도 그저 하루 세끼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삼시세끼 잘 먹고 잘 자는 것조차도 하기 힘들어졌을까? 학창 시절부터 알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자연의 변화는 무시하고,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다. 마치 그렇게 안 살면 안 될 것 같이 남과 경쟁하며, 때로는 불합리한 상황을 견디며...


우리가 그랬듯이 혜원도 그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치열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 제목 그대로 Little Forest(작은 숲)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혜원이 나였다. 계절별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 겨울-봄-여름-가을-겨울-봄 자연의 변화를 정성 들여 담은 영상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일상과 계절을 한 번에 다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혜원(김태리)은 고등학교까지 엄마와 함께 했던 고향집에서 다시 만난 고향 친구 은숙(진기주), 재화(류준열)와 함께하며 잃어버렸던 일상을 회복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

   


나 참 힘들게 산다


#혜원(김태리)

혜원은 남자 친구에게 전화로 '헤어지자'라는 말을 차마 하지를 못한다. 그리고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전화가 안 들리는 척하면서 힘들게 전화를 끊는다. 이런 자신이 답답하고 싫어서 혼잣말로 '참 힘들게 산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그냥 '싫다, 아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말 못 하고 돌려 말하는 나 자신이 답답할 때가 있었다. 남의 일엔 쉽게 얘기하지만 정작 내 일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


#은숙(진기주)

이런 혜원도 친구 은숙이 얘기할 때는 쉽게 말한다.

은숙이 "직장 상사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라고 말할 때,  혜원은 "그렇게 힘들면, 그냥 그만두면 되잖아."라고 툭 내뱉는다.

"그만두는 일이 쉬운 일이면, 이렇게 얘기하지도 않아! 그냥 힘들구나 들어주면 되지 그렇게 얘기하냐"며 은숙은 섭섭해한다.


#재하(류준열)

재하는 직장 상사의 폭언을 듣고 바로 회사를 그만둔다. 현실 세계에서는 상상만 했었던 일이다. 그런 판타지를 재하는 바로 실행한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이 하셨던 과수원 일을 맡아서 한다.


"몸은 힘들지만 맘은 편해"라고 말하는 재하, 그는 정말 삶의 답을 찾은 것일까?





우리 삶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놓치고 살았던 나의 일상이 보였다. 영화는 내게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이라도 잠시 쉬어가라고 말을 거는 듯했다.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장면을 위해서였을까? 영화에서는 주인공 혜원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어깨 넘어 엄마한테 배운 요리 솜씨 치고는 수준급 이상이다. 혜원의 엄마(문소리)도 판타지 속에서 존재할 법한 엄마의 모습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은 영화의 공감을 방해하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우고 있다.


전지적필자시점 영화 한줄총평
[★★★★☆]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 줄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과 따뜻한 감성이 듬뿍 묻어 있는 소소한 일상은 우리에게 작은 휴식을 준다.

- 주의 사항 : 음식 장면이 많으니, 영화 보러 가기 전에 밥은 꼭 먹고 가자!

 


By. 하누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